[사설]투명한 공적자금 투입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04 05:27

수정 2014.11.07 11:53


국회가 진통끝에 40조원 규모의 2차 공적자금 동의안을 처리함으로써 1차 공적자금 회수분 10조원을 포함하여 50조원을 2차 금융구조조정에 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연내로 25조원 규모의 사용내용을 확정하여 10조원 정도는 연내로 투입하고 나머지 15조원은 내년에 단계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순조롭고 효율적으로 진행된다면 기업 자금난도 어느 정도 해소되어 경제에 탄력이 붙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기대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공적자금이 이번으로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절대적 명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금융기관별 이행약정서(MOU)에 노조가 구조조정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면서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등 여러 정황은 이러한 기대가 자칫 기대로만 끝날 수도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고도 구조조정이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이를 주도한 정책당국이나 수혈을 받은 금융기관, 그리고 그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공급받은 개개기업이 ‘공적자금은 공짜 돈’이라고 생각한 도덕적 해이에 근본 원인이 있다.
이번에 ‘최소 비용원칙’과 이미 집행된 1차분에 대한 국정조사 그리고 새로 제정된 공적자금 특별법을 통해 그 동안 방만하게 운영된 실태를 파헤쳐 책임을 묻고 누수현상을 사전에 차단할 장치를 마련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모가 그 동안 방만한 운용의 원인과 모든 책임을 법과 제도적 결함에서 찾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면 잘못된 발상이다. 법과 제도의 정비도 물론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도덕적 해이의 발본이다. 도덕성 회복을 전제로 한 법과 제도 정비가 아니라면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공적자금은 부실경영으로 텅빈 금융기관의 금고를 무작정 채워주는 돈이 아니며 힘있는 정부기관이 원칙도 대책도 없이 그냥 선심을 쓰듯 사용해도 좋은 돈은 더군다나 아니다.
1·2차분을 합쳐 국민 한사람이 316만원씩 부담해야하는 문자 그대로 피맺힌 돈이다.이 돈 앞에는 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다를 수 없고 구조조정을 해야하는 기관의 노조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국민의 혈세 앞에 옷깃을 여미고 사죄하는 마음으로 2차 구조조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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