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전노조의 현명한 선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04 05:27

수정 2014.11.07 11:53


한국 경제의 살 길이 구조조정에 있음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적 조직에 대한 수술없이는 늘어나는 빚을 막을 길이 없고 국제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금융기관이나 공기업,그리고 민간기업을 막론하고 예외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파업을 강행하려던 한국전력노조가 회사측과의 협상을 통해 어렵사리 합의를 이끌어내고 4일부터 예정된 파업을 철회키로 한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다행스러움은 사상 초유의 ‘암흑의 밤’이나 ‘동력없는 공장’ 가능성을 사전에 막았다는 안도감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앞으로 계속돼야 할 공기업 개혁의 첫단추가 원만하게 채어졌다는 것에 보다 큰 의미가 있다.
대우자동차 노사의 구조조정 자구안 마련 합의에 이은 이번 파업중단 선언으로 한국 노사문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여온 외국인의 시각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전노조의 어려운 결단을 계기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공동 계획하고 있는 5일의 대규모집회도 재고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들의 서울 도심에서의 집회가 교통대란은 말할 것도 없고 한전노조의 파업중단 결의의 의미를 퇴색시킬 우려가 크다. 대규모 시위가 노조요구사항의 합법적인 관철수단이라 하더라도 극단적이고 다중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도 가능한 것임을 한전의 경우가 보여주었다. 도시철도노조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의 경우도 예외가 아님은 물론이다.

파업중단 선언에도 불구하고 한전노사가 이면합의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노사 양쪽의 도덕성에 치명적 타격을 미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파업중단의 대가로 회사는 임금인상이나 성과급 지급 등 몇가지 명목의 경제적 혜택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보도가 그것이다. 남발되는 이면합의가 순간적 합의 도출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결국은 지속적인 개혁의 걸림돌로 발목을 잡게 된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노사협상에서 흔들림 없는 원칙의 고수와 일관된 정책의 집행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이번 타결과정에서 증명됐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의 형성과 함께 한전개혁을 기필코 이룩하겠다는 고위층의 결의가 합의도출에 기여한 것이다.
앞으로도 타협의 원칙은 지키되 원칙이 타협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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