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은행주도 워크아웃 공전우려…2001년 자율화 난망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05 05:27

수정 2014.11.07 11:52


시중은행들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채권금융기관 주도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자율추진’을 놓고 벌써부터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간 워크아웃을 담당해 온 기업구조조정위원회의 경우 관변성격이 강해 채권단간 분쟁시 직·간접적인 조정이 가능했고 위반시 벌금부과 등을 강제할 수 있었으나 채권단 중심으로 이뤄지는 자율추진은 이같은 강제성을 두기가 쉽지 않기 때문.

특히 워크아웃 채권을 인수한 신규 채권자가 채권단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다 채권단간 크고 작은 이견조율도 쉽지 않아 워크아웃이 공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채권단 중심의 자율추진 한계=채권단 주도로 워크아웃이 추진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채권단간 이견조율 장치가 없다는 것.그간 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관변적 성격이 강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견을 조율해왔다.채권단 마찰이 빚어질 경우 제3의 기관에 해석을 의뢰해 처리했으며 채권단이 합의내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벌금부과 등의 조치도 가능했다.그러나 자율추진은 이같은 강제성을 담아낼 수 있는 어떤 장치도 없다.산업은행 관계자는 “그간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위라는 제3의 조정기관이 있어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책을 제시해줬지만 앞으로는 채권단이 알아서 (모든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며 “이럴 경우 채권단간 의견조율이 쉽지 않아 워크아웃 자체가 공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남선알미늄의 경우 현재 채무재조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내년부터 자율추진으로 전환되면 채무재조정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이밖에도 담보권자와 무담보권자간 견해차를 비롯해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만기연장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특히 회사채의 경우 소유기관이 워크아웃 기업 지원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증기관에 대지급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돼 자칫 보증기관 ‘대지급 대란’도 우려되고 있다.

◇뾰족한 제재방법 없다=A은행이 B기관에 워크아웃 채권을 매각할 경우 지금까지는 B기관이 A은행의 모든 권리를 승계했다.이에 따라 채권단 협의회가 열리면 참석하는 것은 물론 신규자금 지원을 비롯해 채무재조정,채권 만기연장 등에도 참여했다.이는 기업구조조정협약 지침상에 이같은 규정을 두었기 때문.그러나 자율추진으로 전환될 경우 채권만 인수하고 채권단에는 합류하지 않는 기현상이 잇따를 전망이다.조흥은행 관계자는 “원래 워크아웃 채권은 채권단 동의아래 양수자가 양도자의 모든 권리를 승계하는 것인데 자율추진으로 전환되면 양수자가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지원부담 때문에 권리 승계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서울은행 관계자도 “회사 경영실적이 나빠질 경우 자율협약에 근거해 채권단이 일사불란하게 자금지원에 나설지 의문”이라며 “적절한 제재 수단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채권단 중심의 워크아웃 진행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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