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조조정 망치는 어떤계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05 05:27

수정 2014.11.07 11:52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이면계약은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타기해야 할 밀실협상의 표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개 기업의 구조조정작업이 진행되면서 연이어 확인되고 있는 이면계약 체결사실은 앞으로 있을 공기업 개혁의 전도를 예고하는 불길한 조짐이 아닐 수 없다. 이면계약을 통해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고 우선 협상을 타결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것이 결국은 개혁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면계약의 유형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형식적으로는 감원시킨 것으로 하되 편법을 동원하여 뒷구멍으로 재고용하거나 자회사에 전출시키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거액의 명퇴금을 주고 해임하되 연구직이나 임시직 등 각종 명목으로 임금이 지급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한다면서 누진제 보다 더 많은 위로금·성과급을 주는 경우도 흔하다.

이번에 한국전력 노조가 파업을 철회한 것은 가상한 일이지만 그 이면에는 거액의 경제적 이득을 노조원에게 지급하기로 노·사간 합의한 것으로 드러나 타업중단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전력수당을 10% 올려주고 자회사로 옮겨가는 직원에 대해서는 월급을 15% 인상하며 120%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것 등 수 없이 많다.

이에 앞서 담배인삼공사는 인력을 줄이면서 명예퇴직 신청자에게 1년후 재취업을 보장하고 거액의 명퇴금을 지급한 사례도 적발되었다. 토지공사직원들은 상당수가 자회사로 옮겨갔고 한국통신은 지난 2년간 1만2000명을 감원했지만 인건비는 오히려 22%가 늘어나는 희한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미 포드가 대우자동차 인수를 포기한 이면에는 고용보장이란 이면계약의 존재가 결정적 이유였다는 것도 드러났다. 지난 7월 금융 총파업 타결 때 몇가지 밀약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앞으로의 금융 구조조정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주로 공기업에서 드러나고 있는 이같은 이면계약은 그것이 주인이 없는데다가 경영진의 무사안일, 도덕적 해이에 그 원인이 있다.
여기에 법 체계의 허점과 허술한 감독이 한몫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편법보다는 정공법을 택함으로써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원칙을 고수하여 신뢰를 얻어야만 개혁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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