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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 ˝자금이탈 대책없다˝…´만기연장´일시충격 완화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06 05:27

수정 2014.11.07 11:51


내년 3월까지 집중적으로 만기도래하는 하이일드펀드와 후순위채펀드(CBO)의 처리문제가 재차 투신업계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만기도래한 펀드에서 대부분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펀드에 편입된 투기등급채권과 후순위채권을 소화할 만한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5일 강병호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증권사와 투자신탁회사 사장단과의 모임에서 프라이머리 CBO의 발행과 비과세고수익펀드 판매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만기연장은 시간끌기 작전=정부가 하이일드펀드와 CBO펀드의 단위형상품에 한해 만기연장을 허용한 조치는 시간끌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매요구를 분산시켜 만기집중으로 인한 투신사의 유동성 위기를 막는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고객들을 기존펀드에 묶어두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개인고객들은 비과세펀드로,법인고객들은 MMF로 주로 옮겼다. 실제로 대한투신의 경우 5일 현재 4900억원의 하이일드 만기자금 중 뉴하이일드로 넘어간 자금은 전체의 25%에 불과한 998억원에 그쳤다.

한국투신도 전체 만기자금의 20∼25%만이 CBO펀드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있다.

◇갈 곳 없는 투기채=고객들은 떠나갔지만 투기등급채권은 그대로 펀드에 남아있어 투신사가 미매각으로 몽땅 떠안아야 할 판이다.

금감원이 판매를 독려하고 있는 비과세고수익펀드의 경우 5일 현재 가장 많이 팔고 있는 한국투신이 196억원에 그치고 있고 대한투신 160억원,제일투신 49억원,현대투신 17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뉴하이일드펀드나 CBO펀드도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H투신 영업부 직원은 “새로 팔리는 뉴하이일드펀드는 거의 없고 운용중인 펀드도 투기등급채의 편입을 꺼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CBO펀드도 하이일드펀드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 대부분의 고객들이 기존펀드를 떠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 필요=투신업계에는 내년 2월 이후 CBO펀드 만기가 집중도래하기 전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대로 간다면 기업의 줄도산은 물론이고 투신권의 유동성 위기도 불보듯 뻔하다는 우려때문이다.


정부는 채권기금펀드 10조원 추가조성으로 프라이머리 CBO를 발행하고 비과세고수익펀드 판매와 투기채 비중을 늘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한국투신의 한 관계자는 “투기채 등을 미매각으로 떠안는다 해도 그 다음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자산관리공사에서 일괄적으로 사주든지 벌처펀드를 만들어 기관투자가들이 인수해 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외국에서는 투기등급 채권을 보험사나 연기금과 같은 장기투자자들이 주로 보유하고 있다”며 “정크본드는 안정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품이므로 장기투자가 가능한 연기금 등이 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jgkang@fnnews.com 강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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