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윤곽 드러낸 은행합병]대형 우량은행 짝짓기 가시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06 05:27

수정 2014.11.07 11:51


은행산업 새판짜기가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당초 예상에 비하면 매우 획기적인 수준이다. 대형 우량은행간 합병작업이 가시화하고 정부주도의 금융지주회사에 대형 시중은행을 포함시키려는 계획도 이미 성사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들 작업만 순조롭게 진행되면 2개의 초대형 선도은행을 만들어 내겠다던 정부의 목표도 머지않아 달성되게 된다. 여기에 공적자금 투입대상 군소은행들을 우량은행에 한곳씩 짝지워주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은행 통폐합작업중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대형 우량은행간의 합병작업이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간 합병추진이 바로 그것이다. 이 작업만 성사되면 금융구조조정의 성과도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주택 간의 합병 논의는 이미 ‘8부능선 수준’에 와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금융감독위원회와 두 은행 최고위층간의 물밑접촉이 상당기간 진행돼 왔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작업엔 이근영 금감위원장과 정건용 부위원장이 직접 뛰고 있다. 그 뒤에선 대통령의 채찍이 만만치 않게 가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관계자들은 국민 주택은행 합병과 관련,▲외국인 주주를 만족시키는 문제와 ▲합병 비율 ▲인력 및 조직감축문제 등 주요현안에 대해 깊숙한 논의가 이뤄질 정도로 진도가 많이 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두 은행간 ‘합병선언’도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금융지주회사에 외환은행을 포함시키기로 한 것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외환은행 편입문제와 관련해선 2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방크측과 구체적인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코메르츠측도 정부가 외환은행의 부실만 확실히 털어준다면 지주회사에 들어가는 것을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빛은행과 외환은행을 묶는 방식의 지주회사 설립과 관련해서는 비판여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주회사에 외환은행을 우량은행으로 둔갑시켜 편입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이 ‘독자회생 판정’을 받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빛+외환’을 ‘부실은행+우량은행’이라고 표현하기엔 함량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외환은행이 완전 우량은행이 되기 위해선 아직 털어내야 할 부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당초 ‘한빛은행에 여러 군소 부실은행을 묶으려던 구도에 비하면 한빛과 외환을 통합하는 안이 훨씬 낫다는 평가도 많다는 점에서 이 역시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금감위는 보고 있다.

이밖에 신한·조흥은행을 비롯한 대형 시중은행들 역시 조건만 맞으면 지방군소은행인 제주·광주 은행 등과 통합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들 은행통폐합작업은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통치권자를 포함,범정부가 이 문제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주주들의 반발문제가 있긴 하지만 ‘윈윈게임’이 되는 조건만 전제된다면 그들도 굳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성층권에서 비밀리에 진행된 은행 통폐합작업을 해당은행 직원 및 노조원들에게 어떻게 설파할 것인가가 최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 fncws@fnnews.com 최원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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