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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 펀드운용 전문성 떨어져…운용사별 차별화·전문성 못살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07 05:28

수정 2014.11.07 11:51


투신사는 ‘비빔밥 전문식당인가’.

투신운용사들이 운용중인 주식형펀드나 채권형펀드가 투자대상별로 전혀 특화가 돼 있지 않아 펀드의 전문성은 물론 운용의 효율성이 망가지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체 펀드재산의 90%이상을 채권에 투자하면서도 버젓이 ‘주식형’으로 분류돼 판매되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주식투자비중이 1개월 사이에 0%에서 100%까지 왔다갔다 하는 펀드마저 부지기수다.

이로인해 펀드매니저나 투신사가 운용의 전문성을 살릴 기회는 아예 없고 시장상황에 따라 주식시장이 좋으면 주식을 샀다가 채권시장이 호전되면 채권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는 ‘막나가는’ 방식으로 펀드가 운용되고 있다.

◇고무줄식 자산배분비율=7일 현재 주식형(펀드재산의 60%이상을 주식에 투자)으로 분류되는 상품은 모두 189개로 전체 8792개의 2%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 중 주식에만 투자하고 채권은 편입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 펀드는 태광투신운용의 ‘에이스스팟주식1호’ 단 1개뿐이다.채권에 60%이상 투자하는 채권형펀드는 3584개에 이르지만 지난 98년 이전 설정돼 장부가평가를 받는 펀드가 대부분(2881개)이다.

채권형으로 분류된 펀드는 주식투자를 할 수 없지만 채권편입비는 0%에서 80∼90%로 맘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주식과 채권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혼합형 펀드는 그야말로 주식형과 채권형을 넘나드는 ‘막가파 펀드’나 다름없다.나름대로 주식이나 채권의 투자비중을 정하고 있지만 편입비의 상하한폭이 워낙 크다보니 주식시장이 좋으면 주식형으로, 채권시장이 좋으면 채권형으로 맘대로 색깔을 바꾸고 있다.


◇아무거나 먹는 잡식성 펀드들=업계에서는 펀드의 자산배분방식도 문제지만 각 펀드마다 개성(전문분야)이 없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하이일드펀드와 후순위채펀드(CBO)가 대표적인 경우다.

투기채와 후순위채에 주로 투자한다고 표방하고 나온 펀드들이지만 위험이 전혀 없는 국고채·A등급이상의 우량채·일반주식·공모주·비상장주식·기업어음 등에 모두 투자할 수 있다.실제로 최근 들어서는 공모주와 투기채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자 국고채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 펀드도 적지 않다.

한 외국계 투신사 운용담당 이사는 “국내에서 공모주펀드와 벌처펀드가 활성화되지 않은 데는 하이일드펀드와 CBO펀드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낙후된 투자문화 빨리 벗어나야=전문성도 효율성도 찾아볼 수 없는 무분별한 펀드투자의 실상은 결국 투자자와 운용사 모두의 손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로인해 어느 투신사를 가나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이 같은 쌍둥이 펀드들이 쌓여 있어 투신운용사들은 차별화를 할 수 없고 펀드매니저는 전문성을 살릴 기회가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주식형펀드는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90%이상을 주식에 투자하고 벌처펀드는 투기등급채권만을 투자대상으로 해야 간접투자시장이 균형발전할 수 있다”며 “그래야 투자자들도 20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보고 노후에 대비한 장기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 jgkang@fnnews.com 강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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