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한은 ´11월 금융시장 동향´]기업 ´돈가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07 05:28

수정 2014.11.07 11:51


지난 11월중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꾸준히 늘어난 반면 회사채·기업어음(CP) 등 기업부문에서는 오히려 은행들이 자금을 회수,기업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비교적 떼일 염려가 적은 가계부문 대출은 꾸준히 늘려나가는 반면 기업과의 거래를 극도로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 창구의 위험회피 경향이 심화되는 가운데 아직 신용상태가 불투명한 기업들의 회사채나 CP는 신규 발행하기는커녕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에 대해서도 차환발행 없이 상환에 들어가고 있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중 금융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총대출은 3조8895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중 5조4269억원 증가한 데 비해 그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가계대출은 캐피털 회사 등으로부터 1조5000억원 규모의 가계대출채권을 매입하는 데 힘입어 2조9632억원이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기업대출은 8249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대출은 꾸준히 늘어났으나 부가세납부 등이 있었던 지난 10월(1조4323억원)보다 증가폭이 줄어 증가액은 9640억원에 그쳤다.

이와는 달리 대기업대출의 경우 일부 우량대기업에 대한 단기대출은 늘어났으나 여타 중견대기업에 대한 신규대출 부진 등으로 1391억원 감소를 보였다.

기업의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 상황을 살펴 보면,회사채발행은 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프라이머리 CBO) 발행이 1조원이나 됐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만기도래 회사채 상환에 들어가 7526억원의 순상환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CP도 8367억원의 순상환을 나타냈다.

이같은 회사채 CP시장의 위축과 함께 회사채 유통수익률의 신용등급별 격차(A+등급 회사채와 BBB- 등급 회사채간의 금리격차)는 금융시장에서 신용차별화 현상의 심화로 더욱 커져 9월말 2.20%포인트,10월말 3.03%포인트,11월말 3.38%포인트를 냈다.

주식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지난 9월 이후 2개월째 증가폭 감소를 보이며 1876억원에 그쳤다.

한편 은행예금은 정기예금의 호조와 MMDA 등 수시입출금식 예금이 3조5000억원 가까이 늘어나는 데 힘입어 무려 8조원이나 늘어났다.
수시입출식예금의 큰 폭 증가는 우량기업 등이 향후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비,차입금 상환자금 등 결제소요자금이 유입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투신사 수탁고는 머니마켓펀드(MMF)의 증가 반전에도 불구하고 주식투자신탁 및 하이일드펀드 등이 꾸준히 줄어 10월(2조3000억원 감소)에 이어 2조5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윤면식 한은 통화운영팀 조사역은 “대출풀링제 등 정부나 보증기관이 일부를 보증해 주는 신용보완이 선행돼야 기업의 자금난이 해소될 것”이라며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경기가 풀리고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돼 금융시장의 자금중개기능이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 donkey9@fnnews.com 정민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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