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민이 늘어나는 사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08 05:28

수정 2014.11.07 11:50


지난해 여름 화성 씨랜드 화재사고로 큰 아들을 잃자 남은 둘째나마 안전하게 키우려고 필드하키 대표선수시절 받은 훈장까지 반납,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난 젊은 어머니의 애달픈 사연에 모든 어머니가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 눈물도 뿌리 깊은 이 땅의 안전불감증을 추방하지는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환란을 전후해 급증했다가 한때 고개를 숙였던 30∼40대 고급인력의 이민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98년보다 1000명이 늘어난 15000명이 연내 이민을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데다 자녀들의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3년전과 똑같은 이유에서다. 교훈을 살리지 못하는 사회는 발전 에너지를 잃고 방황하게 마련이다.
그 결과가 국력의 한 기둥인 인력 유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민이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도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살 수가 없어서 떠나는 것’은 떠나는 사람이나 남는 사람이나 안타까운 일이다. 이민의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는 ‘자녀 교육과 직장에 대한 불안감,그리고 사회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는 바로 이 사회가 다음 세대를 책임질 자녀의 교육으로 대표되는 미래 설계가 어려운데다,눈 앞의 현실도 막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젊은 세대,그것도 정보통신(IT)부문 인력의 대량 유출은 심상하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이민이나마 갈 수 있는 사람은 그래도 낫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낙관과는 달리 내년 2월에 가면 건설 일용직과 비정규직 20만명을 포함한 ‘구조조정 실업자’가 12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10월 말 현재 금융전산망에 등록된 신용불량자가 작년말 보다 13만명이 늘어난 238만명이나 된다. 연초에 44만명을 사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불량자가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10%에 이른다. 또 소비자파산(개인파산) 신청자도 월평균 14명선으로 늘어나고 있다.


부정부패의 만연으로 도덕성과 신뢰가 실종한 가운데 서민층이 무너지고 젊은 인력은 이민으로 탈출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방치한다면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어지고 만다.
이 나라의 지도자라면,이 사회의 지도계층이라면 ‘살 수 없어 떠나는 현상’을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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