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화성 씨랜드 화재사고로 큰 아들을 잃자 남은 둘째나마 안전하게 키우려고 필드하키 대표선수시절 받은 훈장까지 반납,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난 젊은 어머니의 애달픈 사연에 모든 어머니가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 눈물도 뿌리 깊은 이 땅의 안전불감증을 추방하지는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환란을 전후해 급증했다가 한때 고개를 숙였던 30∼40대 고급인력의 이민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98년보다 1000명이 늘어난 15000명이 연내 이민을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데다 자녀들의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3년전과 똑같은 이유에서다.
이민이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도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살 수가 없어서 떠나는 것’은 떠나는 사람이나 남는 사람이나 안타까운 일이다. 이민의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는 ‘자녀 교육과 직장에 대한 불안감,그리고 사회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는 바로 이 사회가 다음 세대를 책임질 자녀의 교육으로 대표되는 미래 설계가 어려운데다,눈 앞의 현실도 막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젊은 세대,그것도 정보통신(IT)부문 인력의 대량 유출은 심상하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이민이나마 갈 수 있는 사람은 그래도 낫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낙관과는 달리 내년 2월에 가면 건설 일용직과 비정규직 20만명을 포함한 ‘구조조정 실업자’가 12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10월 말 현재 금융전산망에 등록된 신용불량자가 작년말 보다 13만명이 늘어난 238만명이나 된다. 연초에 44만명을 사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불량자가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10%에 이른다. 또 소비자파산(개인파산) 신청자도 월평균 14명선으로 늘어나고 있다.
부정부패의 만연으로 도덕성과 신뢰가 실종한 가운데 서민층이 무너지고 젊은 인력은 이민으로 탈출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방치한다면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어지고 만다. 이 나라의 지도자라면,이 사회의 지도계층이라면 ‘살 수 없어 떠나는 현상’을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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