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fn 핫 라인―fn출판문화협 공동조사]출판도 위기다…서점폐업 줄이어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08 05:28

수정 2014.11.07 11:50


국가 경쟁력의 주춧돌이 되는 출판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세계 7대 출판대국’을 자처했던 한국 출판산업이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급락을 계속해 발행부수가 51.5%나 감소하는가 하면 서점매출액도 지난 98년에 비해 46.9%나 줄어드는 등 ‘단군이래 최대불황’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출판사와 독자를 연결해주는 동네서점 1720개(33%)가 지난 3년 동안 문을 닫고 업종전환을 함으로써 21세기 지식강국의 근간이 되는 출판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

본지가 대한출판문화협회·한국서점조합연합회와 함께 지난 1∼7일 7일간 공동조사한 출판산업 현황에 따르면 IMF 직후인 지난 98년 1억5751만부의 발행부수가 99년에는 8259만부로 줄더니 2000년 12월 현재 절반이하(51.5%)인 7634만부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또 대형 도매상의 잇따른 부도로 시작된 서점폐업은 유통구조를 뒤흔들어 놓을 정도로 심각해 IMF직전인 지난 97년초 5170개이던 것이 98년(4897개)과 99년(4595개)을 거치면서 급격히 줄어들어 12월 현재 3450개로 집계됐다. 서점의 매출액은 98년 8500억원에서 12월 현재 46.9%나 줄어든 450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 동안 출판인들 사이에 공공연히 나도는 ‘이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다’는 자조섞인 푸념을 통계로써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출판계에서는 불황에 가장 먼저 무너지고 호황에도 가장 늦게 회생하는 ‘일그러진’ 우리 독서문화가 오늘의 위기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실물경제 추락으로 국민들의 심리마저 크게 위축돼 ‘마음의 양식’과는 거리가 먼 향락위주의 여가선용 패턴을 형성, 출판불황에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급성장한 인터넷산업도 출판불황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클릭 한번으로 손쉽게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의 음란물은 국민들의 관심을 책으로부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인터넷쪽으로 돌려놓았다. 게다가 올해초부터 급성장한 인터넷 서점은 출판계의 반대를 무시한 채 책값 할인을 강행함으로써 출판시장의 5%를 점유하고 있음에도 서점을 잇따라 도산시키는 등 출판시장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출판사수는 지난 98년 1만3500개에서 12월 현재 1만5598개로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단 한 종의 책도 발행하지 않은 ‘무실적’ 출판사가 87%나 돼 일거리를 찾아 일단 출판사 등록은 해 놨으나 대부분 자생력이 없어 개점휴업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민들의 책읽는 풍토조성과 직결되는 전국 400개 공공도서관의 국민 1인당 연간 도서구입비는 단돈 5000원 내외여서 정부의 ‘지식강국 건설’이라는 구호가 얼마나 공허한지를 보여준다.


한국출판학회 김기태 사무총장은 “국내 출판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단기처방보다는 장기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 후 “정부는 국민 1인당 도서구입비를 현행 5000원에서 5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동시에 학교교육체계를 바로 잡아 어렸을 때부터 책읽는 풍토를 조성하고 60년대의 ‘낡은’ 도서유통 구조를 하루빨리 개선, 현대화·정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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