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한국경제 전망이 어둡다.
성장률은 크게 떨어지고 경상수지 흑자폭이 올해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물가가 뛰는 ‘트리플 악재’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같은 전망도 금융·기업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된다는 전제 아래 나왔다며 상황이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고유가 지속,미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주요수출시장인 신흥시장국들의 외환-금융시장 불안정 등 세계경제 환경도 어느 때보다 불안한 상황이다.
◇경제불안 조짐=내년도 경제전망을 어둡게 하는 모습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최근 국내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소비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되고 수출증가율도 둔화되고 있다.
경상수지도 올해는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수출증가세가 둔화되면서 45억달러선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외 환경이 더 나빠질 경우 간신히 적자를 면하거나 적자로 돌아서는 최악의 국면도 배제할 수 없다. 그나마 경기를 이끌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T) 산업은 특성상 수출이 많아질수록 수입도 따라 늘어 경상수지 흑자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물가도 심상치 않다. 유가급등,의료보험수가 및 교통요금 등 공공요금의 인상에 따라 올해 1∼1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말보다 2.8% 상승했고 내년에는 3.7%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전년말 기준 1.4%에 그쳐 안정적이었던 모습과는 대조된다.
◇국제경제환경 악화=내년 세계경제도 둔화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내년 세계경제의 성장률을 올해보다 0.5∼0.6%포인트 낮춰 각각 4.2%, 4.1%로 전망했다. 유가상승과 10년간 활황을 누렸던 미국 경기의 둔화에 따른 것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27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격화로 언제든지 유가상승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경기의 둔화에 따른 뉴욕주식시장과 나스닥의 침체도 우리나라 경제에는 대형 악재다. 특히 나스닥시장 하락시에 동조화현상이 뚜렷한 우리나라 정보통신업체들의 주가 하락도 고민이다.
◇경기대응은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으로=한은은 “성장률이 9%대에서 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나 5∼6%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하는 수치로 경기가 크게 나빠진다고 볼 수는 없다”며 “그간 너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해 체감경기가 급락했다는 점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의 여파와 미취업 대졸자들의 양산,농한기라는 계절적 요인을 포함해 내년 1·4분기 실업률이 4.3%로 전망되는데다 내년도 물가상승률은 3.7%로 예상돼 중기 물가목표인 2.5±1%대를 웃돌아 체감경기는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명창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가계를 중심으로 경제주체의 불안심리가 이어질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콜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보다 실업 관련,공공근로사업 추진 등 재정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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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key9@fnnews.com 정민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