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11일 내놓은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보고서에 따르면 집단소송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미국·영국·중국 등 5∼6개국.이들 나라에서도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전경련은 집단소송제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며 미국에서도 폐해가 나타나 원고 자격을 엄격하게 심사하는 등 제도개선에 부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리적 문제=국회와 시민단체 등에 의해 제기된 법률안에 따르면 원고는 소송제기 이유를 개략적으로 주장하면 되고 피고는 구체적으로 답변, 해명토록 돼 있어 민사소송법상 변론주의, 대등원칙 등에 어긋난다.또 소송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판결 효력이 미쳐 민사소송법상 기판력주의(旣判力主義·소송참여자에게만 판결 효력이 미침)에도 어긋난다.
◇기업과 주주에게 막대한 부담=집단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소송 인센티브를 노린 전문브로커, 변호사 등에 의해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미국에서 지난 90∼94년 5년간 발생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의 화해 비용 가운데 변호사 수수료가 약 30%수준이다.또 경쟁사 등에 의한 악의적 소송이 가능하고 피소 사실만으로도 기업이 대외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는다.따라서 도산하지 않더라도 소송비용이나 합의?^화해 비용 등으로 기업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경영자들은 집단소송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확실한 단기 실적 위주의 사업에만 집착하게 되고 소송으로 인한 신뢰도 추락, 경영차질, 주가하락은 결국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게 된다.
◇기존 제도로도 집단소송 효과 가능=기업의 투자행태 및 투자 의사결정의 다양성 등 증권거래의 특성상 손해액 산정이 어렵고 불법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곤란하다.법원이 이를 판정할 전문지식이 있는지도 의문이다.민사 소송법상 ‘선정 당사자제도’로도 집단적인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가능하다.선정당사자 제도와 같은 주주 직접 소송은 소송을 원하는 피해자들만 모아 집단을 이뤄 소송을 함으로써 광범위하게 산재한 피해자를 모으는 불편함은 있으나 시민단체 등을 이용하거나 간단한 서명만으로도 주주권 위임이 용이하다.따라서 이런 제도들을 개선한다면 집단소송제와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업들의 생각도 마찬가지 =전경련이 지난달 상장 및 코스닥기업 219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인들의 42.6%가 신고·공시의무 위반에 따른 피소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다.이는 공시에 관한 규정이 복잡하고 여러 법규에 분산돼 있어 선의에 의한 과실이 발생할 경우에도 소송이 제기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인들은 또 우리나라 증권시장이 아직 성숙되지 않아 작전 세력의 시세조종, 투신권의 공모가 산정 담합 등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같은 요인때문에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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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kim2@fnnews.com 김수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