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信金에 1조원 지원한다는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11 05:29

수정 2014.11.07 11:49


예금인출 사태를 견디다 못한 서울동아금고가 자진해서 영업정지를 신청함으로써 연쇄부도 위기를 맞은 금고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10일 1조원의 유동성 추가공급을 골자로 한 ‘금고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금고연합회에 대한 여신한도 5000억원 확대와 담보대출 1000억원 지원에 대한 은행권의 협력 여부가 불투명한 점을 생각할 때 이번 안정대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유동성 부족이 금고의 예금인출 사태를 촉발한 것이 아니라 정책당국의 대응력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보겠다.

금고업계의 예금인출 사태는 돌발적인 것이 아니라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예금부분보장제를 앞두고 예금인출 등 악재가 잠재된 가운데 지난 10월 이후 정현준 게이트(동방금고사건)와 최근의 진승현 게이트(열린금고 사건)로 치명적인 신용손상을 입은 금고업계에 대해 정부가 적기에 대응했다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두 사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금감원이 뒤늦게 검사를 한다고 부산을 떠는 과정에서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과 금감원장은 ‘신용금고 사건이 앞으로 한 두개 더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불안감에 기름을 붓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업계를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아 전체 금융시장이 흔들리게 한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자진해서 영업정지를 신청한 동아금고는 계열사인 오렌지 금고를 포함하면 자산규모가 2조원에 이르는,사실상 업계 1위의 초대형 업체다. 지난 6월 말 결산에서는 90억원의 흑자를 기록,15%의 현금배당을 했다. 비록 7∼8월에 유가증권 투자 실패로 5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하더라도 자진 영업정지를 신청할 정도의 위기라고는 볼 수 없다. 문제는 사실상 업계 1위인 업체조차 정상영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금고업계 신용환경이 악화됐다는 점에 있으며 그 책임의 상당부분은 시장의 신뢰를 잃은 정책당국에 귀착된다는 사실이다.


구조조정이 진행 과정에 여러가지 부작용과 역기능이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이를 최소화 시키는 것은 정책의 신뢰성이다. 시장이 정책을 믿지 못한다면 구조조정은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금고사태 수습 역시 정책의 신뢰 회복에서 시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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