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19홀] K회장은 못말리는 ´버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12 05:29

수정 2014.11.07 11:49


라운드를 하다보면 동반자들이 대개 한가지 이상한 버릇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진행이 밀리는데도 ‘나무티’를 꼭 찾아야 작성이 풀리는 골퍼가 있는가 하면 헌 볼이라도 찾기 위해 러프를 헤매는 골퍼도 있다.

어떤 골퍼는 아예 큼지막한 가죽 주머니까지 갖고 다니며 ‘나무티’를 주어 모은다. 돈으로 치면 별거 아닌데 ‘나무티’ 하나 달라고 하면 눈쌀을 찌푸리는 골퍼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사실 이런 버릇을 갖고 있는 골퍼들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냥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든 습관이다.


중견그룹 회장인 K씨도 이 부류에 속하는 골퍼중에 한사람이다. 자수성가한 K회장은 50대 중반을 넘긴 지금도 골프볼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골프백에 주워 넣어둔 골프볼이 가득차 있지만 딤플이 닳아 볼 표면이 반들반들할 때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볼은 잃어버리지 않는 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 정도.

그러나 이를 이해 못하는 캐디들이 있다. 주로 골프장 근무 경력이 오래돼 ‘구렁이’가 다 된 고참 캐디들이 이에 속한다.

친구들과 함께 골프장을 찾은 K회장은 이날도 볼을 한개도 잃어버리지 않고 라운드를 끝내는 것으로 목표를 삼았다. 그러니 볼이 러프에 들어가면 뒤팀이 기다리거나 말거나 찾을 수밖에.

후반들어서도 K회장의 이런 행동은 계속됐다. 이에 캐디가 서서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속으로 “볼 하나에 목숨을 거는 군”하고 K회장을 미워했다.
17번홀에서도 K회장의 볼은 슬라이스가 나면서 러프로 들어갔다. 볼 찾는데 지친 캐디는 뒤에서 어슬렁거리고 걸어오는데 K회장은 재빨리 볼이 떨어진 지점으로 달려갔다.


이를 본 캐디는 동료 캐디에게 “못 말리는 ‘버스’(버리고가 ×발놈아)”라고 외쳤다.

/ jdgolf@fnnews.com 이종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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