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장사가 안돼 정부에서 지원받은 자금의 원리금조차 갚지 못해 되레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구멍가게에 자금을 지원해주고 불과 1년도 안돼 원리금을 상환하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요즘같은 경기침체기에는 신용불량자만 양산하는 제도로 전락하게 돼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소상공인 자금’을 지원받아 사업을 해온 밑바닥 영세업자들이 장기간 경기침체로 원리금조차 갚지 못해 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가 됐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직한 가장이나 남편대신에 취업전선에 나선 주부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지원자금이 경기침체로 지원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이들의 목을 죄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1월초까지 지원한 ‘소상공인’ 자금규모는 4만여명에 1조200여억원.
이중 원금을 상환하지 못했거나 원금과 이자를 연체해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영세업자들은 지난달말 현재 3%인 1200여명에 달하고 있다.
영세상공인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5749명의 소상공인이 경기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았으나 이미 86명이 원리금 상환기일을 넘겨 신용불량자로 분류됐다.
또 자금지원을 받은 소상공인중 10월말 현재 원금과 이자를 연체시키며 보증사고를 낸 사례도 311건에 달해 상환연장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사업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몰려 있다.
이 자금을 받아 수원 인계동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이는 김모씨(38)는 “자본조달 능력이 없어 융자 돈만 가지고 창업한 영세상공인들이 극심한 불황속에서 1년만에 이익을 남겨 원리금을 갚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히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점포를 처분해야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부산도 부산신용보증재단이 지난해 2월부터 지금까지 ‘소상공인 창업 및 경영개선 지원자금’ 대출을 보증한 액수는 2314개 업소에 577억1500만원에 이른다.
이들 영세 업자들은 부산신용보증재단 등 관련기관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아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을 받아 창업 및 경영개선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부산지역 상당수 소상공인들은 지난해 6개월 거치 2년6개월 분할상환 조건으로 대출받은 자금에 대한 원리금 상환기간이 다가오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최근 대출받을 당시보다 경기가 악화돼 장사가 되지않자 원리금상환 압박에 못이겨 아예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신용보증재단의 소상공인 지원자금에 대한 보증사고율은 지금까지 149개업소에 33억2000만원으로 전체의 5.7%에 이르는 등 급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순 소상공인 지원자금 3000만원을 대출받아 옷가게를 낸 김모씨(45)는 “점차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고 창업했으나 창업 당시보다 경기가 더 나빠져 대출 원리금 120만원씩을 매월 갚는 일을 생각하면 잠이 안온다”고 털어놨다.
지난달말까지 3092명이 이 자금의 혜택을 받은 대구·경북의 경우 현재 180여명이 원리금 상환이나 이자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대구신용보증재단 이종성 차장(42)은 “이 자금을 받은 소상공인중 5.79%가 보증사고를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며 “대부분 점포를 열어 장사를 하는 영세상인들이 많은데 대구지역의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신용거래 불량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의 경우 올해 상반기까지만해도 1∼2%에 불과하던 소상공인자금 보증사고율이 하반기이후 급격히 늘어나 10월말 현재 3.4%를 기록하고 있다. 즉 경기침체로 인해 원리금을 내지 못하고 있는게 75건 18억2500여만원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원리금상환이 본격적으로 돌아오는 내년 3월쯤 신용불량자가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충남도 역시 올해 들어서만 18건에 3억2800만원을 충남신용보증재단에서 대신 빚을 갚아주었다.
지난해 7월 소상공인 자금 2000만원을 대출받아 애견가게를 차린 오모씨(45)는 올해부터 원리금 80여만원을 제때 내지못해 보증사고를 냈고, 충남 온양에서 중국집을 시작하면서 1500만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던 권모씨(35)도 원리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혀 사업을 할 수 없자 해외로 도주했다.
광주?^전남지역도 소상공인 자금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소상공인자금을 지원받아 창업한 영세상공인중 60여명이 원리금를 갚지못해 신용불량자에 올랐다. 또 원금 또는 이자연체로 보증사고를 낸 사례도 200여건에 달해 상환연장조치가 안될 경우 이 또한 신용불량자라는 오점을 남기게 된다.
광주신용보증재단 양회문 부장(50)은 “소상공인들이 창업후 최소한 월 300만원이상의 수입을 올려야 원금을 제때 상환할 수 있다”며 “소상공인 지원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지역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소상공인 창업 및 경영개선 자원자금을 지원받아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례는 적으나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마찬가지.
경남지역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모두 1250명이 경남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통해 290억원의 소상공인 자금을 받아 이중 12명이 이자와 원금 등 2억6000여만원을 갚지 못하고 있다.
경남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하고 잠적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내몰리자 현재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소상공인자금 지원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신용보증재단 양 부장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중소기업자금지원제도 등과 같은 방법으로 일정부분 이자를 보전해주고 일반대출로 전환해서 상환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이 자금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기침체 영향으로 소상공인자금 지원제도가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오히려 신용불량 양산을 낳게 되자 일부 시·도 신용보증재단들이 이에 대한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전국종합=김재규 김인창 채희정 윤정규 김대벽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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