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한중 표정과 진로 구상]˝대세 거스를수 있나˝…담담한수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12 05:29

수정 2014.11.07 11:48


두산컨소시엄이 낙찰자로 선정됨에 따라 공기업 한국중공업(대표 윤영석)의 민영화작업이 사실상 완료됐다. 이로써 지난 80년 중화학분야의 과잉투자 속에서 태동한 한중은 출범 20년만에 ‘공기업’ 간판을 내리고 ‘두산’이라는 옷을 입고 다시 출발선에 서게 됐다. 치열한 경쟁속에 낙찰업체로 선정된 두산은 이르면 2001년 1월중 주금납입을 마친 뒤 대주주로서 ‘한중의 21세기’를 이끌어갈 전망이다. 한중 관계자는 “민영화가 대세인 만큼 7000여명의 임직원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며 “외관상 공기업이긴했으나 해외 수주 경쟁 등 민간기업의 경쟁적 분위기가 다분했던만큼 민간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 20년 종지부=공기업 한중의 뿌리는 원래 민간기업이다. 바로 정인영 명예회장이 이끌던 한라그룹의 모기업이 출발점이다.
지난 76년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사와 기술제휴해 영월복합화력발전소에 들어갈 일부 기자재를 제작, 발전설비 국산화의 첫발을 내디딘 것도 현대양행이었다. 이날 한중의 민영화 완료를 ‘사필귀정’으로 보는 일부 시각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양행은 여타 대기업의 잇단 발전설비시장 진출과 정부정책의 혼선속에서 현대중공업으로 통합됐고 80년 이른바 ‘신군부’가 등장하면서 공기업으로 변신했다. 공기업 변신 이후 지난 80년대말 민영화를 추진됐으나 ‘단독입찰 배제’라는 결격사유로 끝내 수포로 돌아갔고 오늘에서야 새 주인을 맞게 됐다.

◇9년 연속 흑자기업 한중=한중은 지난해 26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한국경제가 휘청이던 97∼98년에도 453억원, 76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 91년 흑자로 전환된 이후 9년 연속흑자를 기록중이다. 올해 역시 700억원의 경상이익이 예상된다는 것이 한중의 설명이다.

물론 국내시장이 개방된데다 한전이 민영화될 경우 한중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중측은 이에대해 “발전설비 빅딜로 국내에서 유일한 업체인데다 그 동안 경쟁력을 키워온 만큼 해외업체와 대결해도 자신있다”고 말한다. 또 두산 역시 철저한 실사과정에서 이같은 점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재계에서는 두산이 ‘흑자나는 공기업’을 제대로 다듬을 경우 재계 10위 이내로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한중의 앞으로 진로와 과제=한중노조를 비롯, 7000여명의 한중임직원은 일단 ‘민영화’라는 대세를 차분하게 수용하고 있다. 한중노조가 지난해 ▲4대 대기업 및 외국기업 입찰 불허 ▲분할매각 반대 등을 전제로 민영화에 동의한데다 고용승계를 정부측에 건의, 긍정적인 답변을 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산은 한중을 인수한 뒤 경영쇄신차원에서 이른바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적지않다. 그런만큼 민간기업 한중호가 자리를 잡기까지에는 약간의 ‘마찰음’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발전설비와 관련, ‘직접적인’ 경험이 없는 두산으로서는 국내 최대업체인 한중을 어떻게 경쟁력있는 중공업체로 키워가느냐도 과제다.

/ lee2000@fnnews.com 이규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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