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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근로자 3분기 가계수지 동향]지갑닫은 서민가계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12 05:29

수정 2014.11.07 11:48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3·4분기 도시근로자 가계수지 동향’은 근로자들이 실질소득 회복이 더딘 가운데 향후 경기회복에 대비해 소비지출을 줄이는 모습을 역력히 보여주고 있다.98년 3·4분기 이후 지속된 경기회복의 덕택으로 계층간 소득불평등이 다소 개선되고는 있지만 정부의 소득분배 구조개선정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점도 확인되고 있다.저소득층의 소득증가가 근로소득의 높은 증가에 힘입었다기보다는 부업과 부모지원과 퇴직금 중간정산금 등에 의존하고 있어 고소득층과의 소득격차가 다소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여전히 큰 괴리가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실질소득 어디까지 왔나=경기회복으로 도시 근로자의 소득은 늘어났지만 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득은 3년전인 97년 3·4분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95년 소비자 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득은 199만7000원으로 5.3%가 늘어났으나 97년 3·4분기 실질소득에 비하면 90.7%에 불과하다.각종 거시지표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도시근로자들이 느끼는 ‘체감 소득’이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돈 안쓴다=과열·수도(23.4%) 등의 공공요금 인상과 교양오락비(21.1%),통신비(30.5%) 등의 증가로 돈 쓸 곳이 많아지고 외식·오락비에 대한 씀씀이도 커졌다. 3·4분기 도시 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187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9.4% 늘어났다.소득증가율 8.6%를 앞질렀다.실질 소비지출은 131만5000원으로 7.0% 늘어나 실질 소득증가율 5.3%를 넘어섰다. 소득에서 세금·의료보험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가처분 소득에 대한 소비지출 비중인 평균 소비성향은 73.8%로 1년 전 73.1%보다 약간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은 미래를 위해 돈을 아껴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가계흑자규모가 올들어 줄곧 늘고 있는 게 증거다.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가계흑자액은 지난 해 4·4분기 50만3600원에서 지난 1·4분기중 43만300원으로 하락했으나 2·4분기 49만600원,3·4분기 57만700으로 증가해 98년 3·4분기(60만8900원)이후 최고치였다,가처분 소득에 대한 흑자액의 비중인 가계 흑자율은 26.2%로 지난해 3·4분기 26.9%보다 다소 낮아졌으나 올들어 역시 최고치다.

◇소득분배구조 악화될 듯=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인 지니계수가 3·4분기 0.310으로 지난 해같은 기간과 같아 개선된 게 없는 듯하다.그러나 98년 연간 0.316,99년 연간 0.320보다는 다소 개선된 모습이다.특히 올들어서는 1·4분기 0.325,2·4분기 0.317보다 개선됐다.또 소득수준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배율은 5.20으로 전년 같은 기간 5.29, 2·4분기 5.28보다는 개선돼 소득격차가 약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소득격차가 다소 개선된 것은 고소득층(5분위)의 경상소득이 1.9%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저소득층(1분위)은 경기회복 등으로 10.2%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데다 퇴직금 중간정산,보조금 등 비경상소득이 52%나 늘고 사업 및 부업소득이 36.5%나 증가한 게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선주대 사회통계국장은 “4·4분기와 내년 1·4분기에는 동절기라는 계절적 요인과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증가 등으로 소득분배구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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