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합병―진통 겪는 통폐합구도]勞·政 충돌 불가피 ´최대변수´로

대형우량은행간 합병 및 부실은행 강제 통폐합을 둘러싸고 노조와 정부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정부는 신한·제주은행 통합선언을 시작으로 이번주 내에 은행 통폐합구도를 모두 매듭짓는다는 방침아래 모든 채널을 가동,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금융산업노조(위원장 이용득)측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은행 통폐합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내용의 ‘배수진’을 쳐놓고 있어 노·정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조를 설득하는 문제가 은행 강제 통폐합의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입장=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금융산업 노조측의 ‘총파업 불사’와 관련한 기자회견이 열린 12일 오전 금융감독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의 주요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노조대책’을 숙의했으나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일단 설득할 수 있는데까지 최대한 설득하면서 구조조정을 강행한다는 게 대책이라면 대책”이라며 “이번주 내에 은행 통폐합 구도를 매듭짓는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금융산업노조측이 총파업 일정을 다음주 이후로 잡은 것과 관련, 그 이전에 통폐합을 최대한 밀어붙인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총파업 돌입 선언 이전에 일단 통폐합 구도를 짜놓고 노조를 설득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인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한은행과 제주은행간 통합문제가 가장 먼저 발표될 것이며, 그 후 한빛·외환은행간의 통합문제를 비롯한 다른 은행들의 통폐합 선언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주택은행간 합병협상은 다소 지체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노조입장=이용득 금융산업 노조위원장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방적인 정부주도의 강제 통폐합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이 위원장은 특히 지난 7월 이뤄진 노·사·정 협의에서 공적자금 투입은행 처리와 관련해서는 단순히 금융지주회사 밑에 자회사 형태로 편입하는 식의 통합에만 합의한 바 있다고 전제, 이 협의 내용을 어기는 통폐합에 대해서는 강력 저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단순통합 후 곧바로 기능별 재편을 위해 2단계 합병에 나서는 행위 및 군소은행을 우량은행에 강제로 짝지우는 등의 정부 구조조정 방안은 노·사·정 협의사항과 정면 배치되는 만큼 용납치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을 단순 통합한 뒤 자회사편입 은행들에 최소한 2년 정도의 자체 경영정상화기회(독립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 이영득 위원장은 이같은 노조측의 입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이르면 내주쯤 총파업을 강행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전망=금융산업 노조측의 총파업 불사 방침에도 불구, 일부 은행 노조들은 이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정 충돌 강도가 얼마나 거셀지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주회사 편입이 이미 결정된 한빛은행 노조의 경우 파업 참여의 명분이 약하다. 국민과 주택의 경우 경영진들이 이미 노조를 설득할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느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금융노조의 파업 불사 방침은 아직까지는 지도부의 선언이다. 은행 노조가 실제로 파업을 하려면 먼저 각 은행 노조원들이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이에따라 금융계 일부에선 정부가 일부 은행의 총파업 불참 의지를 미리 감지하고 통합과 합병을 강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e-mail] 최원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