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금고업계´줄도산´…정부 ´사후약방문´행정

임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12 05:29

수정 2014.11.07 11:48


상호신용금고들의 ‘도미노식 붕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또다시 ‘긴급진화작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이미 내려진 출자자 불법대출 환수명령을 이행치 않은 금고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를 발표하고 금고에 대한 추가지원책도 내놨다.

금고의 영업정지 리스트는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나고 있고 지난 10일 금고 유동성지원대책이 나온 뒤 불과 2일만에 대책이 또다시 발표된 것이다.

정부가 이토록 연일 금고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금고부도 도미노 현상이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진전된데다 이를 방치할 경우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핵심 사안은 금고 예금자들의 불안심리 해소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미리 옥석을 가려줌으로써 우량금고가 더이상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포석이다.


◇이어지는 예금인출=12일 이뤄진 해동금고 등에 대한 영업정지는 지난 10일 금고 유동성 긴급지원대책이 나온 직후에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동방금고 사태에서 촉발된 금고 예금주들의 예금인출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 하루에만 모두 1조원 이상의 돈이 금고에서 빠져 나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예금인출이 끊이지 않는 것은 금고 예금고객들 대부분이 서민층이어서 사소한 ‘입소문’에도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 동방금고 사태 직후 인천의 정우금고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예금인출이 이어져 문을 닫았고 열린금고 사태때는 대구금고(대구)가 계열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문을 닫았다. 이런 현실에서 지난 2일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의 “문제 금고 더 있다”는 발언은 금고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건전성 지표도 무용지물=동아금고와 해동금고는 그동안 업계 수위를 달리며 탄탄한 영업을 해 왔던 우량금고들이다. 해동금고가 교차대출로 정현준씨 사건에 연루되기는 했었지만 6월결산에서도 3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우량금고였다. 이같은 현상은 금고들의 경우 더 이상 자산 건전성 기준이나 여·수신 규모, 자본금 규모 등 산술적인 수치만으로 우량·비우량의 정도를 따지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금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고 고객들의 대부분이 지역 서민층들이어서 한 번 입소문이 나면 객관적인 수치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며 “예금주들을 안심시킬 방안이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뒷북치는 행정당국=금융감독원은 우량금고였던 동아금고가 문을 닫게 됨에 따라 부랴부랴 금고 지원대책을 내놨다. 지난 10일 금감원은 시중은행과 자산관리공사, 금고연합회 등 관련 금융기관과 단체를 총 동원해 모두 1조원 가량의 유동성을 긴급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 2일만에 또다시 해동금고가 문을 닫아 정부의 뒷북행정에 경종을 울렸다. 약발이 먹히지 않자 정부는 예금보험공사까지 동원, 금고들의 후순위채를 매입해 주기로 하고 급기야 한국은행의 긴급자금까지 동원키로 했지만 어느 정도 약효가 먹힐지는 미지수다.


A금고의 사장은 “이기호 수석의 무책임한 발언 등 금융당국자들의 분별없는 행동으로 금고업계가 공멸의 길로 접어들었다”며 “차라리 부실금고를 빨리 발표하고 처리했더라면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개탄했다.

/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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