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흠집 난 정통성]美 파워 半減…부시 입지 약화 ´종이호랑이´될수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13 05:29

수정 2014.11.07 11:48


1개월 넘게 끌어온 미국 대통령 선거가 12일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사실상 공화당 부시 후보의 승리로 굳어졌다. 차기 부시 행정부는 통치의 정통성 등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하다. 또 둔화 조짐이 뚜렷한 미국 경제를 어떻게 연착륙시키느냐도 부시 정권 4년의 성패를 좌우할 결정적인 요소다. 우리로서는 대북 관계 등 부시의 한반도 정책도 관심사다. ‘부시의 아메리카’를 시리즈로 엮는다.<편집자 주>

‘상처뿐인 영광,두쪽으로 갈라진 아메리카’.

미국 역사상 가장 치열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가 갈 길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통치의 정통성에 대한 논란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다. 미 언론은 이번 접전을 ‘정치적 내란’에 비유하기도 했다. 공정성의 상징인 연방대법원마저 공화·민주로 첨예하게 갈려 편싸움을 벌였다.

월 스트리트 저널지는 최근 누가 대통령이 되든 차기 행정부는 ‘반쪽 승리’의 멍에를 벗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부시 행정부는 유권자 총투표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에게 지고,선거인단 투표에서 가까스로 과반수를 확보하는 태생의 한계를 안고 출범한다.

부시 당선자가 취임과 동시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갈기갈기 찢긴 민심을 이어 정통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차기 정부는 일관성 있는 국내외 정책을 펴는데 난관이 예상된다. 박빙의 승부였던 만큼 부시는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의회는 사사건건 부시의 발목을 잡을 게 틀림없다. 상원은 총 100석 중 50대 50으로 에누리없이 갈렸다.

하원도 공화당 221석,민주당이 212석으로 거의 대등하게 맞서 있다.

상원이 딴죽을 걸면 부시의 대외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 뻔하다. 이로 인해 자칫 유럽·러시아·중국 등 외국과의 대외관계에서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입지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정부가 부시 행정부를 ‘종이 호랑이’로 얕잡아볼 경우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무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부시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과 증시 부양,국제유가 안정세 유지 등을 앞장서서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정통성이 취약한 정권이 과연 이런 일을 각국 정부와 긴밀한 협조 아래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외국의 반응도 사안별로 이해 관계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경제 강국들은 일단 부시 당선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일본 자동차 업계는 지난 95년 클린턴 행정부와 타결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협정을 개정하는 데 있어 부시 행정부와 협상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일본 통산성 관계자들도 “부시 정부와 훨씬 원만한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내심 부시 당선을 꺼려왔다. 부시는 중국 정부가 강력히 반대해온 국가미사일방어계획(NMD)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가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대만과 더 우호적인 경제 협력을 모색하는 것도 중국 정부로서는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또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대만과의 관계 유지에 무게를 두는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중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등 인권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선 공화당이 현 클린턴 대통령보다 관대한 입장이어서 베이징 정부를 덜 자극하고 있다.


한편 부시의 NMD 강행은 이에 반기를 들어온 유럽·러시아와 마찰을 빚을 것으로 관측된다.

/ eclipse@fnnews.com 전태훤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