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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용어풀이]현금흐름(cash flow)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13 05:29

수정 2014.11.07 11:48


조삼모사(朝三暮四)란 식량을 줄이기 위해 원숭이에게 아침에는 도토리 3개를 주고 저녁에 4개를 주겠다고 하자 화를 내고 반대로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준다고 하니 좋아 날뛰더라는 말이다.

별탈없이 하루가 지나갔을 경우 결국 같은 결과인데도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여 일희일비하는 어리석음을 꼬집은 고사성어다. 그러나 원숭이는 과연 우리가 생각하듯이 어리석은 것일까. 어차피 상황이 어려워 식량이 줄어들 것을 감지한 원숭이로서 아침에 도토리(현금)를 4개 받는 것이 3개를 받는 것보다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행동은 아닐까.

원숭이는 불확실한 시점에 현금흐름을 좋게 하겠다는 참된 기업가적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부채를 쌓아놓고 덩치만 키우면서 현금흐름에 등한시하는 우리 기업인들의 모습을 보면 원숭이에 비해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다. 기업으로서도 미래 불투명한 가치보다 눈앞에 보이는 현금흐름이 좋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기업의 부채비율은 다른 나라 기업보다 높아 외국인들의 불신이 지워지지 않고 있는데다 또한 요즘같이 자금시장이 어려운 시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기업으로서는 가까운 시일내에 받을 수 있는 단기채권을 늘려야 하고 이와함께 단기적으로 돈이 나갈 단기 채무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조그마한 환경변화에도 어려운 지경에 빠져 심지어 흑자도산까지 발생한다. 이렇듯 현금흐름은 기업의 배당 지불 능력과 투자능력을 보는 지표로서 투자자들은 기업의 현금흐름이 원활해야 기업내용이 좋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지난 97년 외환위기이후 기업이나 개인이나 현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받을 채권이 많다고 어려운 상황을 비켜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에 잘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현대건설은 이라크로부터 받지못한 10년이 넘는 공사대금을 장기채권에 아직도 분류해 놓고 있다. 이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언젠가 받는다 하더라도 지금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는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중의 하나다.
원활한 현금흐름으로 기업의 안전성을 높이지 않고 덩치를 키우기 위해 부채를 늘려나가는 기업인들보다는 이래서 원숭이가 훨씬 경영학수업을 잘 받았다고 보는 것이다.

/ aji@fnnews.com 안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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