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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직장인―한영텔레콤 황소영] 커리어우먼의 ´지리산 이야기´

이민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14 05:29

수정 2014.11.07 11:47


지리산을 27번이나 오른 당찬 ‘산 처녀’, ㈜한영텔레콤의 황소영씨(29). 자신이 개설한 사이트(jilisan72.hihome.com)에 밝힌 취미는 ‘지리산에서 뱀 잡고 약초 캐기’, 키 173㎝, 스스로 ‘떡대 좋음’이라고 표현한다.통통튀고 ‘야성미’까지 연상된다.그러나 막상 접해 본 그는 예상을 벗어난다.남들이 그저 등산코스로만 여기는 지리산과 다른 명산들, 황토흙 먼지 날리는 우리 산하를 남들보다 애틋하고 소중하게 가꾸려는 마음씨가 유별날 뿐이다.

문예창작을 전공한 황씨는 모 프로야구단 홍보팀에서 2년간 일하다 그만둔 후 산에 매료됐다.지난 97년부터 지리산을 비롯해 설악산·백운산·덕유산·계룡산·두타산과 동강 등 이 땅의 구석 구석 밟지 않은 곳이 없다.산 뿐만이 아니다.지리산을 감싸는 남원·구례·함양·산청·하동과 경주·부여 등의 고도,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 정읍, 너른 들을 자랑하는 김제에 이르기 까지 답사도 쉼이 없다.

원래 여행을 좋아하는데다, 이젠 의무감 비슷한 감정까지 갖게 됐다고 한다.이렇게 다닌 곳의 느낌을 고스란히 글로 옮겨 지난 7월 지리산을 더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사이트를 개설해 올리고 있다.지리산 산행기, 등산로, 교통편 및 직접 찍은 사진, 여행기 등이 아기자기하게 올라있다.전공을 한껏 살린 콩트(아버지와 우산, 소나기, 환상방황, 그 집에 사는 여자), 동화(세마골의 여름, 여름밤)도 돋보인다.반응도 만만치 않아 조회수 2만여회를 훌쩍 넘겼다.

“처음 간 곳이 지리산이었는데, 갈때마다 1주일, 또는 10일씩 장기산행을 했어요.지리산은 능선이 많고 근·현대사를 아울러 민족의 혼과 얼이 배인 산입니다.때론 신성스럽고 ‘어머님의 품같다’란 말이 실감나는 곳이에요.영원히 보존해야 할 우리 민족의 유산아닐까요.”

지리산 얘기만 나오면 하루가 짧게 느껴진다는 그녀.물론 산타기가 쉽지만은 않다.너무 힘들어 다시 가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했다가도 산하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해 어느새 장비를 챙기고야 만다고.경비도 수월치 않게 들어 적금을 깨고 모자라는 부분은 가족들에게 의지한다.

그의 20대엔 이렇듯 흔치 않은 경험이 녹아 있다.30대에는 하고 싶은 일이 더 많다.여행과 산행은 물론이고 입상경험을 갖춘 사진촬영, 글쓰기를 놓지 않겠다고 한다.기회가 되면 해외여행도 떠나 문화적인 충격도 느껴 보고 싶다.

황씨는 “산과 답사를 좋아하고 식견이 뛰어난 분들이 많은데 신출내기가 너무 튄 것 아니냐”며 부담스럽다는 말도 덧붙였다.황씨같은 마음이 많아질때 이 땅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냇물이 모여 대하를 이루 듯.

/ lmj@fnnews.com 이민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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