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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고어 4년뒤 재도전?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14 05:29

수정 2014.11.07 11:47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대통령의 꿈이 죄절된 고어 후보가 과연 오는 2004년 대권에 재도전할 수 있을까.

고어는 이번 대선 유권자 총투표에서 부시 후보보다 33여만표를 더 얻고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지는 불운을 안았다. 고어는 선거인단 267명을 확보했으나 결국 271명을 얻은 부시에게 백악관 열쇠를 넘겨줘야 했다.

일단 고어는 선거 후 36일 동안 벌어진 진흙탕 싸움의 장본인으로 국론을 분열하고 원활한 정권이양 작업을 지연시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고어의 오는 2004년 대권 재도전의 기회는 물건너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차라리 선거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8일 새벽 부시에게 했던 패배 시인을 취소하지 않고 깨끗이 승복했더라면 좋은 이미지로 재도전 가능성이 매우 컸다.

그러나 고어가 ‘벼랑 끝 전략’을 구사하는 바람에 입지가 아주 난처하게 됐다.


그럼에도 고어의 재도전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래리 사바토 버지니아대 교수도 “패자는 4년 동안 비애를 간직할 수백만의 국민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것이고 이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6년 밥 돌 공화당 후보의 선거책임자였던 스콧 리드는 “단언컨대 두 사람의 재대결을 기대한다”며 “패자가 위엄을 갖추고 물러나면 4년 뒤 당 후보 지명을 따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MSNBC방송의 워싱턴지국장으로 연방대법 판결문 배포 직후 12월 13일 0시 이후부터 부시가 대통령 당선자라고 명쾌하게 분석한 팀 러서트는 고어가 ‘그림자 대통령’으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역사상 총투표에서 이기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진 존 퀸시 애덤스, 러더포드 헤이즈, 벤자민 해리슨 등은 모두 다음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러나 고어가 차기 대권에 도전하려면 먼저 치열한 당내 경쟁을 각오해야 한다.


힐러리 뉴욕주 상원의원 당선자는 그렇다치고 차기를 노리는 민주당 인사가 한둘이 아니다. 게파트 하원 원내총무와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존 케리 상원의원 등 쟁쟁한 인물이 버티고 있다.


52세로 부시보다 2세 적은 고어의 재도전 기회는 차기 대권주자들의 야망, 부시 행정부의 업적 등과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오는 2002년말께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곽인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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