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은행통합 세계동향]수익기반 약화 M&A로 극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14 05:29

수정 2014.11.07 11:47


90년대에 들어선 이후 세계금융산업의 환경은 대형화와 전문화라는 어쩌면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의 확보가 초미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는 현재 우리가 추진중인 2차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예외없이 적용돼 향후 한국 금융산업발전의 필수 조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세계 유수 금융기관들의 경우 어떤 식으로 대형화와 전문화를 확보하며 성장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타산지석의 교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선 90년대초반 수익기반의 약화를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영합리화로 극복한 사례가 눈에 띈다. ‘규모의 경제’를 겨냥한 합병이 그것이다. 지난 92년 미국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와 시큐리티퍼시픽은행은 경영합리화의 수단으로 합병,직원·점포 감축으로 연간 12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면서 대형은행으로 탈바꿈했다.
또 체이스맨해튼은행은 지난 96년 케미컬은행을 통합,연간 15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해 영업환경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업무다각화를 통한 ‘범위의 경제’를 겨냥한 은행합병이 크게 늘어났다. 은행합병으로 인한 비용절감의 효과가 없는 대신 통합으로 상품별 경쟁력이 있는 은행에서 각각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식이 선호되기 시작했다. 덩치는 키우지만 필요없는 부문은 가차없이 정리하는 추세로 전환한 것도 최근의 특징이다. 일반은행업무와 투자은행업무를 겸하던 미국 씨티은행,영국 냇웨스트은행,스페인의 샌탠더은행,네덜런드의 ING그룹 등이 최근 투자은행 업무를 포기하거나 포기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서 이같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개별은행의 특성을 살리는 지주회사방식이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통합방식 등의 장단점을 고려,각 은행의 특성에 맞게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 국내 1위 및 3위인 미즈호그룹과 미쓰비시도쿄그룹은 지주회사방식으로,국내 2위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합병방식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대형화 및 겸업화에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음을 유의해야 한다.
지난 3월 발표된 독일의 도이체방크와 드레스트너방크의 세계최대 은행이 되기 위한 합병계획은 불과 1개월만에 취소됐다. 일본 아사히·산와·도카이은행의 통합계획도 지난 6월 아사히은행의 탈퇴로 무산됐다.
이들 은행들의 합병 실패는 시너지효과에 대한 의심,내부 의견조율 실패,각 은행간 목표 설정 차이 등에서 비롯됐는데 이는 현재 진행중인 우리나라 금융구조조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 donkey9@fnnews.com 정민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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