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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씨 사퇴후 여당] ´權´力공백 세력재편…대표 중심체제 유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18 05:30

수정 2014.11.07 11:45


여권의 실질적 2인자 권노갑 최고위원이 17일 오후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함에 따라 여권 세력판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우선 권고문의 ‘최고위원직’ 사퇴로 인한 여권의 ‘권력 공백’을 누가 채우느냐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으며 이 문제는 당정쇄신과도 밀접하게 맞물려있다.

◇여권 세력판도 변화=그동안 민주당은 권위원을 중심으로 한 ‘동교동 구파’(친권파)와 한화갑 최고위원과 초·재선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신주류’(반권파)간의 불안한 세력 균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권고문의 퇴진으로 양측의 균형이 깨지게 됐고 특히 친권파의 한축인 김옥두 사무총장마저 이번 당정개편에서 동반퇴진이 확실시돼 동교동 구파의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권위원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아온 이인제 최고위원도 당내 배후기반이 크게 약화됨으로써 향후 대권행보를 위해 대중적 지지도를 바탕으로 모종의 ‘홀로서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당의 개혁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당내 초·재선 그룹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이들의 주장에 동조해온 한화갑·정동영·김근태 최고위원의 위상도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동교동 구파의 진공상태는 차기 대선후보나 당권을 노리는 당내 유력인사들간의 경쟁을 부추겨 또다른 ‘계파정치’를 부활시키는 새로운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15일 한위원을 청와대로 불러 당의 화합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한위원이 동교동계의 결속을 다지며 김대통령의 대리인과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당내 역학구도상 한위원에게 절대적인 ‘힘쏠림’ 현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정개편 구도변화=권위원 사퇴로 인한 당내 ‘세력 재편’은 주말쯤 예상되는 당직 개편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즉, 동교동 구파의 급속한 영향력 약화를 막기위한 ‘세력 균형’ 조치가 이번 당정개편에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권위원의 사퇴가 동교동계의 전면 퇴장으로 이어지기 힘든 부분이 바로 이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당체제를 실질적인 ‘대표 중심체제’로 전환하는 한편 ▲총재권한 대폭위임 ▲대표 단독 주례보고 ▲최고위원회의 활성화 등 다각적인 당운영 개선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따라 대표는 당내 역학구도를 잘 관리하며 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사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원기 고문과 김중권 최고위원중 한위원측과 가까운 김위원보다는 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개혁적 이미지의 김고문의 가능성이 더 높은 것도 이같은 ‘세력균형’을 감안한 것 때문이다. 서대표의 유임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소장파를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실세형’ 대표를 주장하고 있으며 이 경우 한위원과 이인제 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대선 후보군중 한명이 대표를 맡게 될 경우 다른 예비주자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집권 후반기 청와대의 레임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원내총무 등 당3역도 확실한 ‘친권파’나 ‘반권파’ 인사보다는 계파를 초월한 능력에 따른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권위원 사퇴로 한광옥 청와대비서실장과 남궁진 정무수석은 오히려 유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 사람이 교체될 경우 당·정 모두 동교동계의 급속한 세력 약화가 불가피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세력 균형’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 pch@fnnews.com 박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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