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美 금리 인하 논쟁…부시―그린스펀 회동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18 05:31

수정 2014.11.07 11:45


미국에 금리 논쟁이 일고 있다. 내릴 것인가 말 것인가, 내리면 언제 얼마나 내릴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조지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미묘한 시기에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만난다. 두 사람의 회동은 18일(현지시간)로 잡혀 있고 바로 이튿날 FRB가 정책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금리 정책을 결정한다.

부시 입장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큰 폭으로 내렸으면 하는 입장이다. 부시로서는 다급하게 됐다.
10년 장기 호황은 내리막 길로 돌아섰고 나스닥은 대선 이후 5주 동안 17%나 주저앉았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하루 걸러 해고 소식이 들려오고 사상최저 수준이던 실업률은 U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쪽 대통령으로 통치기반이 취약하기 짝이 없는 부시에게 경기 침체는 악재 중의 악재다.

부시는 감세와 금리 인하에 목을 걸고 있다. 그는 향후 10년에 걸쳐 재정흑자 1조3000억달러를 세금 깎아주는데 쓰겠다고 공언해 왔다. 감세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레이거노믹스를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는 17일 감세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분위기를 잡았다. 체니는 이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감세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부시의 정책이 오는 2004년까지 임기가 보장되는 ‘경제 대통령’ 그린스펀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판단은 그린스펀도 부시와 마찬가지다. 그는 최근 “경착륙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지는 19일 FOMC 회의에서 그린스펀이 기껏해야 종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중립’으로 바꾸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상황이 금리를 내려 부양해야 할 정도인지 아닌지 당분간 지켜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감세정책에 대해서도 그린스펀은 부시와 의견이 다르다.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화려한 공약은 정치인의 자유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인 그린스펀은 재정흑자를 3조4000억달러에 이르는 국채를 갚는 데 쓰자는 고집을 버리지 않고 있다.

부시가(家)와 그린스펀은 악연이 있다.
부시 당선자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레이건이 임명한 그린스펀을 재임명했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지난 92년 대선을 앞두고 부시 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청을 거부했다.
그린스펀이 그 아들의 요청을 또 거부할지 주목된다.

/ paulk@fnnews.com 곽인찬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