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로 또 8조원 날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18 05:31

수정 2014.11.07 11:45


금융감독위원회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한빛·서울·평화·광주·제주·경남 등 6개 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완전 감자를 명령했다.6개 부실은행의 완전감자로 정부는 약 8조3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날리게 됐다.국민의 혈세나 마찬가지인 공적자금을 또 허비하게 됐으니 비난받아 마땅하다.

예금보험공사의 실사결과 6개 은행 모두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자본이 잠식된 것으로 나타났으니 기존 주주 지분을 전액 소각시키는게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은행의 부실경영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책임은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는 이들 6개 부실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10%를 달성할 수 있도록 7조1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또 투입한다고 한다.국민의 부담만 더욱 늘어나게 됐다.이와 같이 국민의 부담이 자꾸만 증가하는 것은 정부가 은행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때문이다.정부는 그동안 은행구조조정에 대한 확고한 원칙이 없었으며 그로 인해 금융시장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들어 왔다.은행구조조정의 지연으로 자금시장은 경색되고 부실자산이 계속 증가해 또다시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만들었다.

최근에도 정부는 은행합병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정부주도 은행지주회사에 편입될 은행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에 있어서도 은행노조가 반발한다고 합병을 해도 인원이나 점포감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인원이나 점포감축 없는 합병이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시 된다.

은행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인력과 점포감축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부실자산을 정리해 우량은행이 되도록 얼마나 노력했는가.또 은행노조는 어떤가.국민의 부담을 담보로 공적자금을 받고도 제몫만 챙기기 위해 은행구조조정의 발목을 잡아도 되는 것인가 묻고 싶다.

은행경영진의 무사안일주의는 더욱 한심하다.은행의 경쟁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솔선해 합병에 나서야 함에도 정부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노조가 강력히 저항한다고 추진하던 합병을 중단하겠다는 은행장의 우유부단도 이해하기 어렵다.

은행구조조정이 늦어지면 부실자산은 더욱 증가하고 국민의 부담만 늘어나며 경제성장의 기반까지 붕괴된다.엄청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은행구조조정, 이제 더 이상의 공적자금이 낭비돼서는 안된다.이번의 감자가 은행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짓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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