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19홀] 겨울만 되면 힘내는 P회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19 05:31

수정 2014.11.07 11:45


골프광인 골퍼들도 잔디가 누렇게 변하면 이제 ‘좋은 시절’이 갔다고 아쉬워한다. 골프는 푸른 잔디 위에서 즐겨야 제맛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추위로 그린이 꽁꽁 얼어 볼이 탕탕 튀는 겨울철이야 오죽하겠는가. 골프장을 찾자니 재미가 없고 그렇다고 화창한 주말,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자니 이것도 죽을 맛일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아예 골프 생각이 나지 않도록 기온이 영하 10여도 내외로 떨어지든가 아니면 눈이 쌓이길 바란다.

그러나 모든 골퍼들이 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 돈을 번 P회장은 드라이버 거리가 웬만한 아마추어골퍼의 5번 아이언 거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야말로 ‘짤순이’골퍼. 그는 잘 아는 캐디들도 “회장님 왜 어프로치부터 먼저하느냐”는 핀잔을 듣는다.


그렇다고 그를 얕잡아 봤다간 큰 코 다친다. 구력은 15년 이상돼 드라이버 비거리의 단점을 정확한 아이언샷과 어프로치 및 퍼팅으로 커버, 80대 중반에서 후반은 유지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P회장의 진가가 나타난다. 페어웨이가 얼어 있어 ‘짤순이’ 소리를 듣고 있는 드러이버 비거리의 단점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 장타를 치는 골퍼들이 툭하면 OB를 내는 것과 달리 P회장은 전혀 그럴 염려가 없다. 또박또박 볼을 치기 때문에 아무리 페어웨이가 얼어 있어도 거리만 더 나갈 뿐 페어웨이를 벗어나는 일이 없다.
굴리는 샷을 하기 때문에 그린에 올라가는 볼은 P회장 뿐이다.

그래서 겨울철만 되면 P회장은 친구들에게 골프장 가자고 전화를 하고 이를 아는 장타를 자랑하는 친구들은 꽁무니를 뺀다.


이럴 때마다 P회장은 오히려 점수를 주겠다고 하면서 “네 마누라한데 한번 물어봐라 길다고 다 좋은 게 아니고 나 같이 ‘짤순이’더라도 계절 가리지 않는 끈기와 힘이 있어야 한다”며 자존심을 긁는다.

/이종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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