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뢰 떨어뜨리는 정책혼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19 05:31

수정 2014.11.07 11:45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잇달아 나타나고 있는 일관성 없는 정책과 당국자들의 사려깊지 못한 발언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스스로 실추시키는 것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반복되는 이러한 사례들이 새로운 위기를 불러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공직자로서의 자질마저 의심케하고 있다.

정부가 한빛 등 6개 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갑자기 완전감자 명령을 내린 조치에서 오락가락하는 정부정책의 한 단면을 본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전임 재경부 장관은 지난 5월 더 이상 은행의 감자는 없다고 몇번이나 공언해왔다. 그러나 7개월이 지난 지금 진념 장관은 정반대의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말만 믿고 은행주를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을 우롱한 셈이다.


당국은 장관이 바뀌었고 공적자금이 추가로 투입되게 되어 불가피하다고 변명할지 몰라도 국민들은 특정 장관이 아니라 이 나라 장관의 말을 믿은 것이 아닌가. 특히 자기 은행을 될수록 살리려고 보유주식을 늘려온 은행원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해외 주식예탁증서(DR)를 매입한 외국인 투자가 또한 물론이다.

은행의 합병방침을 둘러싸고 보인 당국자들의 엇갈리는 발언도 혼선을 부채질한다. 국민과 주택은행의 합병논의가 진행중임을 밝힌 금융감독 책임자의 발언에 노조가 강력 반발하자 해당 은행장은 이를 부인하는가 하면 경제정책 총수는 우량은행간 합병에 정부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누구 말이 맞는 것인지 국민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다시 합병이 논의되면서 이번엔 당국이 강제 감원은 없다고 공언하고 있으니 그런 합병이 무엇을 위해 필요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노조를 달래기 위한 위기 탈출용 발언이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왜 외면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이에 앞서 신용금고 사고가 1,2건 더 터질 것이란 청와대 당국자의 발언으로 금고업계가 홍역을 치르고 있고 64조원이면 충분하다던 공적자금은 150조원으로 늘어나도 모자랄 형편이 되어가고 있다.
권한과 책임이 막중한 자리에 있을수록 언행에 신중함이 요청되고 일관된 정책의 집행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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