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은행권 감도는 파업´먹구름´]벼랑끝서 ´힘겨루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21 05:31

수정 2014.11.07 11:43


은행권에 긴장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에 감도는 파업의 먹구름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연말 기업자금시장을 더욱 엉망으로 만들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국민·주택·평화·광주·경남·제주 등 6개 은행이 22일부터 파업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파업 참가자를 현장에서 검거하겠다는 강경대책으로 맞서고 있다.

◇왜 파업하나=이번 파업은 국민과 주택은행장이 합병추진에 합의했다는 소식 이후 두 은행노조가 합병에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또 평화 등 4개은행은 정부가 주도하는 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될 경우 은행 간판을 내리고 대량해고가 예상되면서 결국 파업에 동참하기로 했다.

지난 7월 은행권 총파업 때는 한빛은행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이 파업의 중심이었던 데 반해 이번 파업은 우량은행으로 손꼽히는 국민·주택은행이 앞장선다는 점에서 다소 다르다.
1차때는 정부 주도의 금융지주회사와 그로 인한 2차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반대가 파업의 동기였으나 이번에는 당장 눈앞에 닥친 합병이 발단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민·주택 두 은행이 합병시 인력감축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데다 오는 28일 합류할 예정인 다른 은행들은 현안이 없어 전면 파업은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국민·주택을 제외한 4개 은행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부실은행이라는 처지를 생각할 때 파업의 적법성은 고사하고 여론이나 고객들로부터 최소한의 동정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당국은 보고 있다.

◇파업 파장=금융노조는 국민·주택은행 등 6개지부의 선도파업시 전산부 인력을 전원 파업에 동참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지난 7월 총파업 당시에는 최소한의 전산부 인력을 남겨둔 채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연말을 맞아 자금 움직임이 많은 시기에 은행들이 파업에 들어가게 되면 경제 전반적으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

당장 기업들의 어음지급과 당좌거래 등이 제한을 받고 신규자금 지원이 중단돼 기업 연쇄도산이 우려된다. 개인고객들의 입출금이나 대출,공과금이나 세금납부,환전,송금 등도 제약될 것으로 보인다. 또 수출환어음 매입이나 수입신용장 개설 등의 국제금융업무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같은 은행권의 불안정은 증시나 외환시장 등에도 악재로 작용해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경기에 커다란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정부는 이번에 밀리면 안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번 파업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향후 금융구조조정은 물건너 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 오전 이한동 국무총리 주재로 사회관계장관 회의를 개최,은행파업을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금융노조 파업 주동자를 사법조치하고 시설점거 파괴,간부사원 감금 폭행 및 정상근무 방해 등 불법행위시 전원을 현장 검거하기로 하는 등 강력 대처하기로 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시중은행장들과 회의를 갖고 은행파업 및 연말 기업자금대책 등을 논의,은행 파업에 대비했다.
또 노사정위원회도 이날 오후 3시 제17차 본회의를 열어 은행합병 등 금융구조조정과 금융노조의 총파업 문제를 논의, 노동계와 막판 타협을 시도했다.

/ rich@fnnews.com 전형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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