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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5단체장 노동법안에 불만 한목소리] ˝뼈깎는 구조조정 아니면 공멸˝


“이대로 가면 공멸한다.철저한 구조조정으로 자금 흐름을 원활히 해라.”

22일 열린 경제5단체장 모임은 지난 5일 시국선언 이후 재계의 행동이 구체화한 자리로, 경제위기에 대한 깊은 우려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뤘다.

경총 사무국으로부터 노동현안을 보고받은 단체장들은 “이렇게 어려운 때 너무 앞서가는 노동법이다.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말하면서 오히려 퇴보시키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는 후문이다.노동법 입법안에 대한 유감과 함께 정부를 이해시키려는 재계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자책’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장들은 “노사문제가 잘 풀리면 경제도 살아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강도높은 구조조정 의지를 주문했다.임시방편적 땜질식 구조조정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국민의 생각대로 움직여야 하는 게 의무 아니냐”는 말이 나온 것도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한 노동계의 파업 등 반발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자금시장의 혼란이 심각하며 기업경영이 갈수록 위태롭다는 발언도 봇물터지듯 제기됐다.조남홍 경총 상임부회장은 “개별 기관을 특정지은 발언은 없었지만 ‘구조조정을 한다고 하면서 정말 철저히 하는 것이냐’는 회의를 갖고 있음을 느꼈다”고 설명했다.원활하게 돈이 흐르고 외국의 신뢰도가 향상되도록 정부가 ‘전환적 조치’를 취해주기를 희망한 것이다.

데이콤의 직장폐쇄를 예를 들며 공기업의 민영화가 파행으로 치달아서는 곤란하다는 입장도 덧붙였다.“단협상에 보니 조합원의 신분이동시 노조와 사전 합의를 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렇게 되면 기업운영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성토했다.

단체장들은 지난 5일 정한 ▲정부는 경제회생을 최우선 과제로 ▲구조조정 작업을 원칙대로 조속히 마무리 ▲기강을 흐리는 불법행위를 엄정하게 대처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고 초당적 협력체제를 구축 ▲노동관계법 개정 중단 등 5대 요구사항을 다시 확인하고 이를 정부 및 정치권에 요구키로 했다.경제5단체장이 여야 3당 수뇌부를 찾기로 한 것은 매우 드문 일로 현 시국을 보는 재계의 시각이 다급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노동현안과 관련, 단체장들은 경총의 상세한 설명을 들은 후 “국제노동기구(ILO)규정에도 없는데 너무 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유급 태아 검진휴가, 유급 유산·사산휴가, 무급 간호 가족 휴직, 육아휴직급여 신설 등도 우리 현실을 무시한 성급한 조치로 지적됐다.또한 노동현안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판단아래 앞으로 5단체 공동으로 재계 입장을 설파하는 캠페인도 갖기로 했다.‘구조조정의 반발을 잠재워라.노동현안의 처리에 경영계 입장을 충분히 녹여 달라’는 게 이날 회의의 핵심이다.

/ lmj@fnnews.com 이민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