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개혁 물 건너가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22 05:32

수정 2014.11.07 11:43


수렁에 빠진 한국경제의 탈출구가 구조조정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빛 등 6개 은행의 노조원들이 벌인 파업을 철회시키기 위해 정부측이 제시한 타협안을 보면 정부가 과연 금융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연말을 맞아 특히 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시기에 벌이는 은행의 파업이 가져올 금융시장의 불안을 우려한 때문이라 하더라도 정부는 노조의 요구를 지나치게 수용,개혁의지가 무색해졌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할 듯하다.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은 ‘노사 합의에 의한 금융지주사 기능개편을 2002년 6월말까지 완료한다’는 합의사항이다. 올해말까지 금융의 구조조정을 끝내겠다고 몇번이나 공언한 정부의 약속이 또다시 빗나가고 만 셈이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10월4일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경제를 직접 챙기겠다면서 금융개혁은 연내,공공개혁은 내년 2월말까지 완료하며 이를 위해 매달 4대 개혁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지주회사에 편입되는 은행에 대한 기능개편을 2002년 6월까지 완료한다는 것은 결국 그때까지 유예한다는 것과 다름없고 이들 은행의 간판을 그대로 유지시켜준다는 의미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 시기 또한 미묘하다. 2002년 6월은 월드컵 축구대회가 서울에서 한참 열리고 있을 때이고 다음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를 6개월쯤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과연 정부가 소신을 가지고 정책을 펼 수 있는 시기인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금융지주회사의 인력감축은 노사합의로 결정한다’는 대목도 정부의 개혁마인드를 퇴색시키는 부분이다. 우리는 수많은 공공기업과 대우자동차의 경우에서 노사간 이면합의가 개혁에 얼만큼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정부가 이면계약은 아니라 해도 구조조정 단계마다 노조와 협의를 거치도록 했으니 인력감축이 제대로 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빛 등 편입되는 4개 은행에는 추가로 5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거두지 못하면서 과도한 점포와 인원을 유지시키기 위해 자금이 또 낭비되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의 장관은 물러나면 그만이고 2년이 지난 뒤 재경부장관은 국민에게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읊조리면 그만이라고 혹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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