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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투데이―웅진코웨이개발 박용선 대표이사] ´깐깐한 서비스´ 렌털정수기 돌풍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24 05:32

수정 2014.11.07 11:43


‘가깝고도 먼 나라’.

웅진코웨이개발㈜의 직원들은 박용선 대표이사(43)를 이렇게 부른다.그만큼 공사를 확실히 구분한다는 얘기다.회사에서 업무를 진행할 때면 대표로서 대하고, 업무 후 회식자리에 가면 같은 동료로 돌아와 신입사원에게도 격의없이 농담을 건넨다.

박사장의 판단력은 ‘깐깐한 물’이라는 광고 카피처럼 남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어나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외환위기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회사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초로 정수기 렌털시스템을 도입해 50만 회원을 돌파할 만큼 커다란 성공을 거둔 것이 단적인 예.

또 온수세정기와 연수기에 이르기까지 물과 관련된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특히 지난 7월에는 고객들이 기호에 따라 정수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맞춤정수기를 내놓아 소비자들의 호응 속에 사업가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박 사장은 이제 누구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수평적인 의사결정을 도모하는 등 내부적으로 힘을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다.이는 박 사장이 21세기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던지는 또 하나의 승부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렌털용 정수기’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외환위기로 경제가 어려웠을 때 우리 회사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이때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됐고 대표이사가 된지 2개월이 지나도 정수기 판매는 월 4000여대에 머무는 아주 어려운 상황이었다.대표이사로서 모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정수기가 비싸서 안 사니 빌려주자는 것이었다.그러나 내부에서부터 반대에 부딪혔다.100만원이 넘는 정수기를 몇 만원 받고 빌려줘서는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는 게 많은 직원들의 논리였다.단순계산으로도 손익분기점을 맞추는데 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가뜩이나 경영이 어렵던 차에 2년을 무조건 투자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수돗물에 대한 불신과 정수기 가격 사이에서 고민하던 소비자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줬고 그 대가로 다른 업체에 비해 빨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고객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

▲정수기는 관리가 중요하다.아무리 냉장고가 좋아도 오랫동안 청소를 안해주면 세균이 득실거리듯 정수기도 정기적인 관리점검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그래서 ‘코디’라는 전문가 제도를 도입했다. 코웨이 레이디에서 따온 코디는 직접 고객 집을 방문해 필터를 교환해주고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준다.고객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큰 짐 하나를 던 셈이었다.회사 입장에서 보면 더없이 좋은 고객목소리 전달자를 확보한 셈이기도 했다.

냉·온정수기 보다 훨씬 반응이 좋은 냉정수기는 실제 생활에서 온수는 별로 안쓴다는 고객이야기를 코디가 연구개발팀에 전달해 나온 히트상품이다.

―향후 사업계획과 구체적인 전개과정은.

▲새천년의 웅진코웨이 개발의 화두는 ‘서비스 혁신과 가치경영’이다.유통 전문회사가 아닌 서비스 전문회사로 나아가야 한다.현재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는 렌털사업은 서비스 혁신을 통해 강화하고 고객과 직원들에게 신가치를 창출해 21세기 초일류 환경기업으로 발돋움 할 것이다.

미래 경영환경 변화와 기업내부 진단을 토대로 한 중장기 경영전략으로 설정한 21세기 비전은 ‘깨끗한 환경을 위한 21세기 환경산업 선도’, ‘건강한 생활문화를 창조해 쾌적한 삶 추구’, ‘서비스 혁신을 통해 고객감동 실현’, ‘정수기 대중화로 국민건강 증진’이다.

웅진코웨이개발은 이러한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정수기·공기청정기·연수기·온수세정기 등 생활가전 환경사업을 토대로 신규사업을 확장, 2005년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하는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평소 ‘물’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물은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한다’는 것이다.물은 우주의 섭리와 같이 차면 얼고, 따뜻해지면 녹고, 또 뜨거우면 증발하는 등 주위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리고 ‘물은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것이다.물이란 가장 맑은 것이기에 어떤 그릇에 담아도 모든 모양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더불어 다가오는 현실을 거스르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과도 연관될 수 있을 것이다.
◇박용선 대표이사 약력

▲43세

▲서울

▲홍익대 경영학과

▲한양대 경영대학원

▲헤임인터내셔널(현 웅진출판)

▲웅진미디어 관리이사

▲웅진그룹 종합감사실장

▲웅진코웨이개발㈜ 대표이사

/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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