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18조 날린 개인투자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25 05:32

수정 2014.11.07 11:42


올 한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3·4분기 전국민 실질소득과 거의 맞먹는 118조 5911억원을 주식시장에서 날렸다. 증권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 분석에 따르면 전체 증시의 시가총액은 지난해말에 비해 무려 52.33%가 감소,234조6900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로 인해 개인투자자 역시 거래소 시장에서 64조2885억원,코스닥시장에서 54조3026억원을 잃었다. 증시 저변을 떠 받쳐주는 일반 투자자들이 ‘총체적 쪽박’을 찰 정도로 참담한 한 해가 된 것이다.

우리 주식시장이 이 꼴이 된 것은 지지부진한 구조조정과 정책의 신뢰도 저하,금융노조의 파업 등 국내적인 요인도 그렇지만 미국증시 침체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역시 미국증시 시황에 민감한 일본의 닛케이 평균이 같은 기간에 29.3%,홍콩증시와 싱가포르증시의 지수가 15%대의 하락률을 기록한 데 비해 유독 우리 증시 지수만 52%나 떨어진 것은 경제환경과 투자자세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잘못된 대박풍조에 제동을 걸어야 할 정부와 책임있는 금융기관이 오히려 ‘묻지마 투자’를 부추긴 측면이 적지 않은 것도 그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지난 2년간 코스닥 시장 등록을 주선한 주간 증권사는 거의 하나같이 공모기업의 추정실적을 과대하게 부풀려 결과적으로 투자자를 오도했다. 신규등록 129개사 가운데 매출은 59.7%인 77개사,경상이익은 19.4%인 25개사만이 적정치(추정치의 90∼110%)를 기록했다는 증권협회의 분석이 이를 방증해 준다.

투자는 궁극적으로 투자자 자신이 책임을 져야한다. 그러나 왜곡된 정보나 과장된 정보로 대박 풍조를 조장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에서의 투자는 카지노·경마·경륜 등과 같은 사행성,그리고 복권처럼 요행수를 노리는 대박과 구별돼야 한다.
이에 대한 구별 없이 ‘묻지마 투자’에 몰입하는 투자자가 있는 한 건전한 자본시장 육성은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요행수와 대박 풍조를 발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예측이 가능한 시장환경 조성이 급선무이며 이는 정책의 신뢰도와 직결된다.
요행수의 ‘묻지마 투자’ 풍조가 발본되지 않는 한 증시의 참담한 모습은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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