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금융개혁에 대한 역풍이 거세다. 정부의 시한에 쫓긴 몰아치기식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과 후유증 때문이다. 이에따라 가뜩이나 불안한 연말 자금시장에 구조조정 한파까지 닥쳐 기업과 가계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의 금융개혁 추진이 중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금융개혁의 성과와 문제점은 무엇인지 4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연내 완결방침’에 중대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의 몰아치기식 금융개혁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 절정에 달한데다 서울은행 처리,현대투신문제 등 일부 대형 현안들은 손도 대지 못한 채 해를 넘기고 있다. 특히 국민·주택은행 강제합병을 둘러싼 노·정 충돌은 연말 자금시장을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내닫고 있다.
상황이 이쯤되다보니 내년 상반기에라도 금융구조조정이 완결되면 다행으로 여겨야 할 처지다. 정부주도 금융지주회사 설립과 관련,오는 2002년 6월까지 자회사 편입은행들에 대해 기능재편 없이 독자회생기회를 부여하는 등 개혁의지가 대폭 후퇴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차 공적자금 연내투입이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내년 경기가 급강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잠재부실 요인인 기업부실을 완전히 긁어내지 못한 것도 금융개혁 완결을 장담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때문에 현시점에서 금융개혁의 성과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외견상으로만 보면 금융개혁의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최근 정부가 국민·주택은행 합병선언을 이끌어낸 것은 금융개혁의 ‘백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적어도 연내에 세계적 규모의 ‘초대형 선도은행’을 탄생시키겠다던 약속은 일단 지킬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 것이다.
부실금융기관 정리작업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 지난 98년 1차구조조정때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에 합병된 것을 비롯,동화 대동 충청 경기 충북 강원은행등이 큰 은행에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흡수됐다. 또 앞으로 완결될 2차 금융개혁에선 한빛·외한·평화·광주·경남은행이 한 금융지주회사아래 통합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제주은행은 신한은행 주도의 지주사 편입이 확정된 상태다. 한미·하나은행의 합병도 시간문제로 여겨지고 있다.이렇게 되면 지난 97년말 외환위기 직후 25개를 웃돌던 국내 은행수가 내년중엔 10여개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한때 30개를 웃돌았던 종금사수도 10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게 됐다. 최근 합병선언을 한 울산·동양종금과 한불·금호종금만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다. 금고업계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237개에 이르던 금고수가 100개 이상 줄었다. 현재 간판을 유지하고 있는 금고수는 149개이나 이중 19개는 영업정지상태로 정상영업중인 곳은 130곳에 불과하다.
보험·증권업계에서도 크고 작은 회사들이 문을 닫았다. 투신업계에선 신세기·한남투신등 군소 투신사들이 문을 닫았고 공룡급인 대한·한국투신에는 대규모 공적자금투입이 이뤄졌다. 신협의 경우 500개 이상의 회사가 간판을 내렸다.
그러나 부실금융기관 무더기 퇴출에도 불구,금융개혁이 완결되기까진 아직도 갈길이 멀다.
국민·주택 합병문제는 시작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노조측의 반발이 요지부동이다. 최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2차 금융개혁 완결의 최대 걸림돌은 노조문제’라고 말한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정부주도 지주사 편입은행들의 ‘기능재편’을 장기간 유보키로 한 것은 대표적인 ‘개혁후퇴’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와관련해선 은행들에 새로 투입할 공적자금만 또 날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제일은행엔 얼마나 더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될지 불분명하고 서울은행 처리도 내년 상반기로 유보한 상태다. 그뿐 아니다. 대한생명 매각문제나 금융시장의 ‘잠재불안’요인인 현대투신 처리문제는 손도 대지 못한채 우선순위에 밀려 해를 넘기는 대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김유만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년 이후의 경제가 더욱 걱정된다”며 “정부는 추가부실 발생요인까지 감안한 금융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fncws@fnnews.com 최원석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