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 노조의 합병반대 파업으로 연말 금융시장에 초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은행측은 은행업무 마비에 따른 일대혼란을 피하기 위해 모든 긴급대책을 총동원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태다. 전국 1149개의 방대한 점포망을 갖춘 국민·주택은행의 파업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연말 금융시장은 중대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르면 26일 공권력을 투입해 파업을 강제 해산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노조원들이 현업에 복귀하지 않으면 업무정상화가 불가능해 어음결제 마비,예금인출·대출 중단,수출입업무 차질,대외신인도 추락 등 심각한 ‘금융쇼크’가 우려된다. 또한 가까스로 가닥을 잡는 듯했던 2차 금융구조조정도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파국으로 치닫는 노·정 충돌=노·정 양측은 협상의 채널을 뚫지 못한 채 파업강행과 강제진압 등 양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노측은 다른 은행의 업무대행까지 차단하겠다는 강경입장. 따라서 정부가 파업을 강제해산시키더라도 당분간 노조원들의 현업복귀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28일에는 금융산업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파업태풍’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총파업에 다른 은행들이 적극 동조하지 않더라도 국민·주택 노조가 파업을 풀지 않는 한 연말 금융대란은 피할 수 없게 된다.
파업 장기화를 막기 위해 막후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곧 바로 공권력을 투입키로 한 정부도 노조원의 현업복귀까지는 물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데 심각한 딜레마를 느끼고 있다.
◇금융대란만은 피해야=연말까지 파업이 계속될 경우 국민·주택은행과 주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5만여 기업과 2800만명(두 은행 중복거래자 포함)의 개인고객들은 금융거래에 큰 불편을 겪게 된다. 특히 파업시점이 모든 자금결제를 마무리지어야 하는 연말이란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국민·주택은행은 지난 22일 파업 이후 사실상 주요 업무가 모두 마미된 상태다. ATM·CD 등 자동화기기마저 입고된 현금이 동나는 바람에 월급과 상여금을 찾지 못한 고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기업들은 국민·주택은행을 지급처로 발행된 어음의 교환이 중단돼 연말 자금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국민·주택은행의 어음교환량은 일일 전체 어음교환량의 25%선에 이른다. 수출입과 관련된 외환결제업무도 마비돼 수출전선에 빨간 불이 켜졌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연쇄적인 기업 부도사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와 은행측은 거점별 통합점포 운영,인근점포 영업시간 연장,임시계약직 대거 투입,국제 금융전문요원 지원 등 시행가능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급조된 방안으로 곳곳에 뚫린 구멍을 메우기 어려울 전망이다. 노·정이 금융대란만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조속히 협상의 테이블로 나오는 길만이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출구인 것이다.
/ kyk@fnnews.com 김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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