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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본 한국경제]˝돈있어도 서울증시 투자않겠다˝62%


국내에서 경제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외국인 대상 설문조사에서 두드러진 것은 우리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향상이나 또다른 수익모델 개발보다는 먼저 우리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들은 또한 아직도 우리 정부정책에 대한 믿음이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함께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5%미만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외국인들은 투자여력이 있다면 한국주식시장에 투자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안할 것이다’(62.22%)가 ‘할 것이다’(37.78%)보다 많았던 대답도 우리경제에 대한 불신이 아직도 높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우리경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순서대로 3가지를 지목해달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4.44%가 구조조정 미진을 첫번째로 꼽았다. 이어 금융시장 불안(17.78%),소비위축(6.67%),실업증가(6.67%) 순으로 이어졌다. 두번째로 우려된다고 한 응답에는 우선 금융시장 불안(31.11%)이 지적됐고 실업증가(15.56%),고유가(8.89%),집단이기주의(8.89%)등으로 나타났다.

세번째로 외국인들은 미국 경제급락 가능성(17.78%),소비위축(15.56%),금융시장 불안(11.11%)순으로 답했다. 이렇듯 우리경제가 불안하게 된 원인으로 응답자의 68.89%가 구조조정 부진을 들었고 정부정책 실패(20.00%),부정부패(6.67%)를 지목했다.

◇정부역할 중요=한 응답자는 정부의 역할이 어느때보다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남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부실기업이나 은행에 공적자금을 쏟아넣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의 퇴출은 기업의 한 사이클에 해당하는 것으로 아주 정상적인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 애써 살리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정부가 부실기업을 살리려는 동안 불공정한 경쟁으로 멀쩡한 회사까지 피해를 입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는 부실기업 살리기에 매달리기 보다는 시장원리에 입각한 효율적인 사회경제적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정부는 재벌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혁강도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들의 82.22%가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답해 더 강화하면 기업 마인드가 위축된다(17.78%)를 크게 앞질렀다. 한편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정부의 리더십에 대해 외국인들은 대체로 중간 입장을 피력했다. 26.67%가 잘하고 있다는 5단계로 보았고 20.00%가 4단계,24.44%가 2단계,17.78%가 가장 긍정적인 7단계의 바로 밑인 6단계를 지목했다.

◇구조조정 어떻게=실업자가 늘더라고 과감하게 해야 한다(68.89%)가 실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31.11%)를 2배 이상 넘었다.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에 응답자들은 미진하다는 쪽으로 몰렸다. 아주 미진하다(1단계)부터 잘하고 있다(7단계)까지 나눠 정도를 말해 달하는 질문에서 1단계(24.44%),2단계(44.44%),3단계(22.22%)등으로 답해 공기업 구조조정이 진척도를 중간이하로 보는 응답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외환위기후 국내 노동시장이 유연해졌느냐는 물음에 응답자들은 다를게 전혀없다는 1단계부터 많이 유연해졌다는 7단계사이에서 11.1%가 1단계에,26.67%가 2단계,15.56%가 3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답해 절반이상이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함께 여러 응답자들은 설문지에 노조의 강성이 한국경제의 불안요인이라고 따로 설문지 곳곳에 적어 넣었다.

◇외국인투자와 관련한 규제완화 정도는=이에 대한 응답에 외국인들은 대체로 아직 심하다에서부터 어느정도 완화됐다까지 고르게 나타났다. 1단계부터 7단계까지 정도를 측정해 달라는 질문에 1단계(11.11%),2단계(17.78%),3단계(17.78%),4단계(22.22%),5단계(6.67%) 등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6단계,7단계등 규제완화가 아주 잘됐다는 답은 하나도 없었다.

◇새로운 성장엔진=한국이 반복되는 위기를 벗어나고 더 나아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식개혁이 이뤄져야 한다(64.44%)고 외국인들은 지적했다. 이는 기업의 기술력 향상(24.44%)이나 새로운 수익모델을 위한 벤처기업 육성(11.11%)등 경영개선 환경보다는 의식개혁이 중요함을 꼬집은 것이어서 우리의 성장 한계가 그들의 생각으로는 의식개혁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경제 전망=절반이 넘는 55.6%가 내년 우리경제성장률이 5%를 믿돌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으로 33.33%가 5∼6%로 답해 결국 90%가 6%미만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최근 국내 민간연구소및 정부의 전망치와도 비슷하다 .

◇기타응답=외국인들은 현재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할 뜻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62.22%가 투자 여력이 있다 하더라고 지금으로서는 투자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37.78%만이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를 한다면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는 항목에서 외국인들은 정보통신주(48.89%),전통산업(26.67%),코스닥(8.89%)순으로 응답했고 은행주,개별주 등에 투자하겠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대우차가 포드 인수 포기에 이어 부도처리된 과정에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주체로 절반 정도인 51.11%가 경영진에 책임을 물었고 이어 정부(20.00%),채권단(13.33%)순으로 답했다.
한편 한국은 대만 홍콩,중국,태국 등 경쟁국들에 비해 외국인이 투자하기에 좋은 나라인가 하는 항목에서 아니다(60%)가 그렇다(40%)보다 많았다.

구체적인 대답으로 한국은 아직도 기업하기에 중국,대만보다는 규제가 강하고 태국,홍콩보다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밖에 응답자들은 한국이 재벌에 너무 의존한다고 지적하고 특히 주주의 집단소송제 등을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aji@fnnews.com 안종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