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턴키입찰 부작용 속출…홍보과열,법정분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27 05:33

수정 2014.11.07 11:41


공사금액 100억원 이상 대형 공공공사 입찰에 시행중인 턴키(Turn-Key·설계시공일괄) 입찰이 대형 건설업체들의 로비에다 석연치 않은 시공사 선정으로 인한 법정다툼 등 각종 부작용이 드러나 제도 개선 목소리가 높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2년부터 대형 공공공사 입찰때 시행중인 턴키입찰에서 대형 우량건설사들이 건설기술심의 위원들에 대해 홍보를 명목으로 로비를 집중해 회사 로비 능력에 따라 낙찰 업체가 정해지고 있다는 것.

현행 턴기입찰 방식은 설계점수 40점,입찰자격 사전심사(PQ) 점수 30점,가격점수 30점 등을 합해 결정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사실상 설계점수를 가장 많이 받은 업체가 선정된다.설계점수는 건설교통부가 건축 전공 교수 등 전국의 전문가 3000명을 심의위원으로 매년초 선정한 뒤 그중 15명을 심사 1일전에 선정해 이들이 준 점수를 바탕으로 업체를 선정한다.

◇부익부 빈익빈 심화=자금상황이 좋은 업체들은 전국에 있는 심의위원 3000명에 대해 각 지역 현장별로 책임 배정한 뒤 현장에서 책임지고 지속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도록 하고 있다.각 현장들은 입찰시기와 상관없이 심의위원들을 접촉해 홍보활동 명목의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입찰을 전후해서는 치열한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이때문에 올들어 실시한 11개 공사에 대한 턴키 입찰에 결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등 채권단이 관리하고 있는 업체는 1건도 수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채권단이 관리하고 있는 업체들의 경우 홍보비 명목의 로비 활동 금액이 전혀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A건설 B모 차장은 “아무리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원이지만 1일전에 위촉돼 1∼2일 동안 방대한 양의 설계를 보고 업체를 선정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고 “치열한 홍보전을 펼치는 업계도 문제지만 홍보전에 따라 우열을 평가하는 심의위원들이 더 문제”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입찰이 끝난 뒤에도 문제는 남아있다.시공사로 선정되지 않으면 이에 대한 본사차원의 문책이 뒤따르기 때문이다.자금상황이 비교적 좋은 C건설 D모 과장은 “최근 실시된 청주∼상주 고속도로 입찰에서 현장이 관리하던 심의위원이 낮은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나자 본사에서 호된 질책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국무회의는 내년부터 턴키입찰 등 설계심의 등을 담당하는 건설기술심의위원회의 위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업체도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것과 같이 입찰참여가 제한되는 등 제재를 하도록 의결했다.그만큼 업계에서 심의위원을 대상으로 로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정 다툼=최근 실시된 한국도로공사 발주 공사에서는 가처분 신청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지는 등 법정 분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지난달 말 한국도로공사가 발주처인 부산∼울산간 고속도로 건설공사 9공구 턴키 입찰에서 시공사로 선정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문제가 있는 서류를 냈는데도 이를 거부하지 않고 심사를 진행했다며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적격심사 절차 진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이에대해 도공측은 ▲삼성이 제출한 설계도서에 표시가 돼 있었으나 삼성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접수 거부 사항에 해당되지 않고 ▲공정한 심의를 위해 삼성측에 표시가 없는 서류를 다시 받았으나 이는 내부 지침에 따라 결정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성남지원에 이의 신청을 한 상태다.이 때문에 이 공사구간에 대한 시공사를 결정하지 못한채 법정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제도 개선 방향=업계에서는 설계점수로 시공사를 선정할 것이 아니라 설계는 적격여부만 평가하고 가격 평가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건설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각 건설사로부터 턴키 발주에 따른 서류를 받은 뒤 설계에 대한 적격 여부만 평가하고 가격 평가를 통해 최저값을 쓴 업체에 대해 시공사로 선정한다”며 “턴키 발주는 설계변경으로 인한 건설비가 늘어나도 증액된 비용을 받을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저가발주를 통한 경쟁은 어렵다”고 설명했다.C건설 관계자도 “턴키발주에 대한 제도 개선이 돼야 현장 직원들이 주어진 업무에 충실할 수 있다”며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 hanuli@fnnews.com 신선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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