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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경제교실―공기업 민영화 왜 필요한가]비효율 제거 체질개선…세계적 추세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27 05:33

수정 2014.11.07 11:41


올 하반기 이후 공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해당 기업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그러나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 의지가 확고하고 시장의 민영화 요구도 만만치 않아 공기업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계속 추진될 전망이다.

사실 IMF 관리체제라는 특수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현 정부는 과거 어느 정권보다 공기업 민영화에 적극적이었다. 한국전력·한국통신 등 알맹이 기업들의 민영화가 노조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이지만 종합기술금융, 국정교과서 등 수십 개의 군소 공기업을 민영화했으며 최근에는 포항제철과 한국중공업의 정부지분을 정리했다.

그럼 우리 정부는 이렇게 없앨 공기업을 애초에 왜 만들었을까. 공기업이 만들어진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공공재’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장 원리에 따라 그 가격이 결정되는 ‘사유재’와 달리 공공재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도로나 댐처럼 수익자가 모호한 사회간접자본이나 교육, 국방 등 수익은 없고 비용만 많이 들어 아무도 공급하려 들지 않는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설이나 서비스는 국민 다수의 이익을 위해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투자비용과 불투명한 수익성 때문에 시장에서는 공급자를 찾을 수 없다. 이처럼 공공의 이익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시장을 통해 공급자를 찾기 어려운 재화나 서비스, 즉 공공재를 공급하는 회사가 바로 공기업이다.

이 외에, 담배나 소금, 인삼처럼 재원 조달이 주목적인 공기업도 있고 우리 경제가 막 움을 트던 시기에는 한국중공업이나 포항제철처럼 해당 산업의 특성과 상관없이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만한 기업이 없어 정부가 투자와 운영을 맡게 된 사례가 많았다. 또, 최근에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어쩔 수 없이 떠맡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필요해서 만들었던 공기업을 왜 민영화하려고 할까.

첫째, 공기업 운영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공기업이 제공하는 효용보다 더 큰 경우에 민영화를 단행한다. 즉, 공기업들이 앞서설명한 여러 긍정적 측면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방만한 운영, 독점 등의 폐해가 커져 오히려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면 민영화를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비효율성을 해소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둘째, 민간 부문이 성숙함에 따라 더 이상 정부가 운영할 이유가 없어진 공기업을 민영화한다. 한국통신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우리나라에 처음 통신사업이 도입되었을 때만 해도 막대한 투자비 때문에 이를 운영하겠다는 민간업체가 없었다. 또, 독점체제였기 때문에 운영에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모두 통신 사업권을 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국내외 다수의 사업자가 유·무선 통신 사업에 참가하고 있다. 복수 운영체제에서는 자연히 국가안보와의 관련성도 희박해진다. 다시 말해 정부로서는 굳이 공기업 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외에도 기업 매각을 통한 정부의 재정 확충,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대외 이미지 제고 등도 중요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여러 이유들로 인해 공기업의 민영화는 세계적인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점도 적지 않다. 민영화 대상 공기업의 상당수가 오랜 기간 동안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기 때문에 민간기업에게 경영권이 이양되더라도 사실상의 독점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또, 주요 공기업이 해외 사업자에게 매각될 경우 국부유출과 기간 산업 해외 종속의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공기업의 민영화는 선별적으로 주의 깊게 이뤄져야 한다.
민영화는 시장에서 충분히 공급이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만 이뤄져야 하며 각 사업부를 분할해 국가안보와 관련성이 적은 부분만 단계별로 민영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민영화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독점 체제를 경쟁체제로 바꾸는 보완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앞서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는 국민과 해당 기업의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작업일 것이다.

/김형주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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