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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負債率´ 딜레마…2001년 회사채까지 조기상환 해보지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27 05:33

수정 2014.11.07 11:40


삼성물산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과정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부채비율을 낮추려면 부채총액을 줄이거나 자본을 늘려야 하는데 삼성물산은 현재 부채를 줄일 수도 자본을 늘릴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166%의 부채비율을 기록했던 삼성물산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592만주) 등 관계사 주식이 주식시장 침체로 평가손을 크게 입어 지난 3·4분기 부채비율이 187%로 뛰었다. 주식평가손은 자기자본 조정항목에 계상돼 연말에는 200% 초과가 예상된다. 따라서 올해 130%를 목표로 잡았던 삼성은 4·4분기부터 부채비율 줄이기 총력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지난 2∼3년간 성공적인 재무구조 개선으로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은행차입금을 우선적으로 상환, 현재 은행 빚이 단 1원도 없어 부채를 줄이려고 해도 줄일 수가 없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이달 들어 회사채 ‘조기’ 상환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빼들었다. 남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하기도 힘든 마당에 삼성은 내년 만기 물량까지 미리 상환하겠다고 나선 것. 실제로 삼성물산은 올해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 5045억원을 활용, 지난 23일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1000억원 가운데 910억원을 20일 상환했다. 또 내년 1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1000억원을 포함, 내년말까지 도래하는 1조원의 회사채를 미리 갚을 계획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금융권에서 국고채에 버금가는 삼성물산의 회사채를 팔려고 하지 않아 프리미엄을 주고 되사들여야 하는데다 회사채가 5억∼10억원짜리 펀드 속에 쪼개져 있어 이를 모으기 또한 쉽지 않아서다.

자본 확충은 더더욱 힘든 상황이다.
이미 지난 98년과 99년 두번에 걸쳐 1500억원과 2000억원을 유상증자해 납입자본금이 다른 종합상사의 두 배에 가까운 8004억원으로 늘어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은행차입금이 있어 ‘윈도 드레싱’으로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었는데 올해는 차입금을 모두 상환한 게 도리어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로 나타났다”며 “차입금 구조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어: 윈도 드레싱=연말 등 결산기 때 기업이 금융기관에 안고 있는 여신을 일시 상환했다가 새 결산기 첫날 다시 집행하는 일시적인 자금 이동을 말한다.

/ msk@fnnews.com 민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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