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경제한파 경기침체 급매물 新풍속 형성

이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27 05:33

수정 2014.11.07 11:40


구조조정·기업퇴출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주택매매의 새로운 풍속도를 낳고 있다. 지금 당장 현금이 필요하거나 집을 매매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막연한 군중심리 등으로 집을 팔거나 주식투자나 새로운 투자처를 찾겠다고 매물을 내놓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비교적 생활에 여유가 있는 편인 분당 등 신도시 위주로 확산되고 있어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을 떨어뜨리는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사는 주부 김성희씨(39)는 “요즈음 남편이 3년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 급매물로 구한 집을 다시 팔아야겠다고 성화가 보통이 아니다”면서 “당장 현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공기업의 중견간부로 있는 남편 직장도 그런대로 안정적이어서 반대를 하기는 했지만 정말 집값이 더 떨어지면 어떡하나 싶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급매물 증가=분당 등 신도시 일대의 급매물중에는 김씨의 남편같은 사람들이 투매한 물건도 많다. IMF 당시에는 급매물 중에는 실직 등으로 아파트 평수를 줄이는 대신 소액으로 가능한 상가를 구입, 신규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이제는 현금 유동성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일단 급매물로라도 아파트를 팔아 현금을 가지고 있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분당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직장이 안정적인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아마도 경기 불안심리가 지나치게 확산돼 시장이 파행적인 모습을 띠면서 이런 움직임들은 급속히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물 유형도 다양해=실제 그 유형들을 살펴보면 아파트를 팔아 현금을 쥐고 있다가 호황기에 대비, 새로운 투자처를 찾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집 가지고 있으면 손해라는 막연한 심정으로 집을 투매하려는 사람도 있다.

IMF 직전 주식가격과 아파트 값이 폭락했을 때 현금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 중에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벼락부자가 된 사례가 많았다. 종합지수 300선까지 내려갔던 주가가 1000선을 넘어서는 동안 단돈 몇천만원으로 수십억원대의 재산가들이 등장한 예를 들어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기 위해 집을 파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 분당 신도시 양지마을의 32평형대 아파트를 지난 한달전보다 1000만원이 떨어진 2억2000만원에 내놓은 신모씨는 “어차피 아파트값이 떨어질 바에는 지금이라도 파는 것이 이익”이라면서 “지금은 주식값이 워낙 떨어져 있어 이에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씨에 따르면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많다면서 어떤 이들은 주식 투자 실패로 빚에 몰려 아파트를 처분하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경기 침체로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사람들의 유형도 다양해 당분간 시장의 혼란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게 신도시 사람들의 설명이다.
한편 불안감, 현금 보유 욕구, 실직, 창업, 새 투자처 발굴 등 다양한 유형으로 아파트를 팔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덩달아 이웃을 따라 아파트를 파는 사람도 있지만 현금 유동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leegs@fnnews.com 이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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