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2000년 정치·외교 결산―<2>상극의 정치] 국회 파행·폭로 구태 되풀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27 05:33

수정 2014.11.07 11:40


정치권은 밀레니엄 원년인 2000년부터 경제난과 각종 의혹사건으로 ‘상극(相剋)’의 구태정치를 재현했다.

새천년엔 없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날치기’ ‘실력저지’ ‘파행’, ‘공전’ ‘경색’ ‘대치’ ‘폭로’ 등 한국정치의 부끄러운 모습들을 또다시 드러냈다.

정치권은 뉴밀레니엄 정치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을 저버린채 4·13총선을 전후해 끊임없는 정쟁과 구태를 되풀이했다. 불안하게 짜여진 정치구도로 인해 여야는 민감한 사안마다 대립과 갈등을 반복하는 상극의 정치를 연출했고 국회는 공전과 파행을 거듭했다.여당인 민주당은 4·13총선에서 119석을 건지는데 그쳤고 133석으로 제1당이 된 한나라당도 과반수 획득에 실패했다.여기에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한 자민련(17석)은 사안별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며 여야를 넘나들었다.


특히 민주당은 국정운영의 미숙함에 대야 협상능력 부재까지 겹쳐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끌어들이는데 실패했고 수적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지나치게 자민련을 의식한 나머지 정치적 균형감각마저 상실했다.

이후 선거비용 실사개입 발언파문(8월),한빛은행 부정대출 외압의혹 사건(9월),검찰의 선거법 편파수사시비(10월),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11월) 등 악재가 꼬리를 물면서 여당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채 우왕좌왕하고 했고 야당은 국회 등원을 거부하며 거리로 나섰다.이같은 여야의 대립으로 16대 국회는 공전과 파행을 거듭했다. 올해 초 원 구성을 위한 ‘짧은’ 개원국회를 제외하고 나머지 3차례의 국회에서 4번의 파행사태가 빚어졌다.

개원 이후 모두 4차례 임시·정기국회를 열었지만 181일간의 회기 중 무려 47%인 85일을 여야간 정쟁으로 허송했고 안건처리를 위해 본회의가 열린 날은 34일에 불과하다. 소위와 특위를 제외한 16개 상임위는 299차례 개회돼 상임위당 평균 19차례 회의를 여는데 그쳤다.

이로 인해 금융지주회사법,기업구조조정법 등 110여개의 민생·개혁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렸고 자연히 구조조정도 지연돼 결국 이상징후를 보이던 제2의 경제위기는 현실로 다가왔다. 정치권이 싸움에 몰두하는 사이 실업자는 증가세로 돌아섰고 의료계 폐업사태와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대우그룹 처리문제 등 굵직굵직한 사회·경제적 현안들이 잇따라 불거졌다.

이같은 정치행태는 경제의 발목을 잡음으로써 경제위기를 가중시킨 주범이 됐다는게 국민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치권이 국가의 대외신인도를 추락시키고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는등 경제회복을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쟁으로 지샌 국회가 경제에 끼친 악영향과 국민의 정치불신·혐오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고려하면 우리 정치의 생산성은 바닥에 가깝다.
폭로정치 등 구태를 벗어던질 수는 없을 지라도 최소한 ‘경제의 발목만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최소한의 국민적인 바람도 무시된 한 해였다.

/ kreone@fnnews.com 조한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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