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긴급점검 금융구조조정―공여불 개혁은 안된다]´부실´ 과감히 도려내라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28 05:33

수정 2014.11.07 11:39


은행이 부실해지면 자금시장에서 돈이 돌지 않고 이는 멀쩡한 기업까지 자금난에 몰려 연쇄도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또 은행부실을 메우기 위해 국민혈세로 조성되는 ‘공적자금’ 도 추가 편성이 불가피해진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금융부실의 뿌리인 부실기업을 도려내기 위해 지난 11월3일 2단계 기업구조조정을 단행,52개 기업을 퇴출시켰다.그러나 ‘11·3퇴출’은 일과성 행사처럼 획일적으로 진행된데다 은행권의 이해관계 등이 맞물리면서 ‘용두사미’로 끝났다.부실기업 퇴출작업이 ‘미완의 성공’으로 끝나면서 ‘이번이 마지막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정부 공언도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들,부실 제대로 털었나=지난 6월말 금융감독원이 시중·지방은행에 신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에 따라 분류한 ‘고정이하’ 여신은 전체 대출금의 15% 수준.일부 은행은 20%가 넘는다.우량은행인 주택·신한·한미·국민은행도 6∼10%대에 달하고 있다.결국 우리나라 은행들은 100원을 대출해줄 경우 최소 10원 이상을 부실채권으로 떠안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은행은 지난 11월3일 퇴출작업을 통해 부실정도가 심각한 52개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켰다.그러나 심사대상 287개사중 구조적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조건부 회생’ 판정을 받았다.우선 ‘빅3’로 분류됐던 현대건설·쌍용양회·고합 등은 신규자금 지원은 하지 않되 회사채 만기연장 등을 통해 회생시킨다는데 채권단이 합의했다.또 성창기업·조양상선·갑을·벽산·새한·신호 등 굵직한 부실기업들도 모두 살려줬다.중견 부실기업들도 향후 철저한 자구계획을 전제로 회생쪽으로 분류됐다.문제는 이들 기업중 상당수가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것.따라서 해당 기업이 부도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채권단이 떠안게 되는 부담은 더욱 커진다.부실정리가 늦어질 경우 부실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소탐대실’이 우려되는 부분이다.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심포지엄에서 “부실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퇴출대상에서 제외되고 이들 기업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시장에서 신용경색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적자금 추가 투입 불가피할 듯=진념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이번이 마지막이며 앞으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자산부채계약이전(P&A) 방식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더 이상 정부가 부실은행의 ‘돈줄’ 역할만 할 수 없다는 경고성 발언이다.나아가 은행 부실에 책임이 있는 기관이나 경영진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문책을 단행하겠다는 의중도 담겨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난 97년 2조원의 공적자금 조성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총 109조6000억원이 투입됐으나 금융구조조정이 제대로 추진됐느냐며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실제로 완전감자가 단행된 한빛·평화·광주·제주·경남·서울은행의 경우 이번 감자조치로 그동안 이들 은행에 투입된 8조원의 공적자금이 한순간에 날아가버렸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이번에 추가로 조성된 공적자금은 2단계 금융구조조정용”이라며 “앞으로 3단계 구조조정이 시작될 경우 다시 얼마나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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