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2000년 정치·외교 결산―<3>與 역학구도 재편] 정권재창출 위기감 ´쇄신´ 단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28 05:33

수정 2014.11.07 11:38


집권여당인 민주당에 지난 1년은 ‘시련과 위기’의 한해였다. 정권교체 당시의 일사분란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각종 도전에 직면해 소수여당의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절망감은 정권재창출에 대한 위기감으로 나타났고 결국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쇄신’은 자연스럽게 여권내 역학구도의 변화를 수반했다.

지난 1월 20일 국민회의에서 민주당으로의 변신이후 여권의 세력재편 과정을 지켜보면 크게 3단계의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 첫번째 과정이 4·13총선이다.
기존 중진들이 공천에 탈락하거나 낙선해 사실상 정계를 떠나거나 2선으로 물러앉은 반면 386세대 등 신진세력의 등장은 두드러졌다. 특히 호남지역 중진들을 배제하는 대신 수도권, 재야세력들에 공을 들여 초선의원이 전체 의원수의 절반 가까운 55명을 차지하게 됨으로써 당령을 낮추는 세대교체로 이어졌다.

김상현·조세형·이종찬·김봉호 전의원 등 상당수 중진들이 낙천 또는 낙선, 정계의 뒤안길로 물러나거나 그 영향력이 급격히 쇠락했다. 반면 임종석·정범구·이종걸·장성민 의원 등 30·40대 신진세력의 진출이 두드러졌고 이들은 항상 당내 변화와 쇄신의 목소리를 선도해왔다.

두번째 과정이 8·30 민주당 전당대회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한화갑·이인제 의원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해 당내 대권 예비주자로서의 정치적 위상을 확고히 했다. 특히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김중권씨가 4·13총선 낙선의 아픔을 딛고 당당히 3위에 당선돼, 훗날 민주당 대표로 기용되는 정치적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와함께 소장파의 리더격인 재선의 정동영 의원이 무난히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고 조순형·이협·김태식 의원 등 4∼5선의 중진들은 고배를 마셔야 했다.

마지막 단계가 ‘동교동계 2선 퇴진’ 파문 및 당직개편이다. 정동영 위원의 발언이 가능했던 것도 소장·개혁파의 신장된 힘의 영향때문이었다. 정위원의 발언은 실제 당내 신·구세력간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것이었으나 현실적으론 ‘친권-반권’ ‘양갑(兩甲) 갈등설’ 등 권력다툼 양상으로 비화돼 동교동계 분화를 촉발시켰다. 특히 양측의 파워게임은 대권 예비주자인 이인제·김근태 최고위원이 가세하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됐었다. 결국 여권의 2인자인 권노갑 위원이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호남과 동교동계가 후속 당직개편에서 철저히 배제돼 2선으로 물러나야했다. 정위원의 요구가 현실로 받아들여졌고 이후 신주류와 소장파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여당은 지난 1년간 당안팎의 시련에 시달리면서도 ‘세대교체’와 ‘전국정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정권재창출을 염두에 둔 김 대통령의 전국정당화 의지가 이러한 진통의 토양을 만들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결국 지난 1년간 급격한 세력 재편을 경험한 민주당에 올 한해는 정권재창출이 가능한 집권여당으로서의 기틀을 다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pch@fnnews.com 박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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