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2000년 정치·외교 결산―<4>野 세력구도재편] 李총재 부동의 대선주자

서지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29 05:34

수정 2014.11.07 11:37


올 한해 야권은 원내 제1당을 이끌고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확고부동한 위상을 구축,명실상부한 여야구도를 만드는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힘있는 야당’을 슬로건으로 일사천리로 달려온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당권 공고화를 통한 차기대권 준비체제를 구축하는 시기였기도 하다. 지난 97년 대선패배 이후 비주류의 견제와 ‘총풍’ ‘세풍’ 등 여권의 전면 압박 기류 속에서 살아남기에 급급했던 이 총재가 지난 4·13총선에서 원내 1당 자리를 지켜낸 뒤 6월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지지로 총재 재선에 성공,확고한 당내 기반을 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 총재는 총선을 앞두고 2·18공천이라는 사실상 정치생명을 건 승부수를 던져 당내 비주류의 수장격인 김윤환 이기택 전 의원 등을 제거함으로써 이른바 친창세력 구축을 통한 당내 부동의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나섰다.

이를 바탕으로 이 총재는 대여 관계에 있어서도 강온 전략을 적절히 구사해 나가며 여권의 강력한 견제세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와관련,한나라당 주진우 총재비서실장은 “이 총재는 역대 어느 야당 보다도 많은 133명의 의원을 통할하면서 새로운 야당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같은 이 총재의 부동의 야권 대표로서의 순항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권 고지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우선 이 총재가 과거 야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적지 않은 시도를 했지만 지난 8월의 장외투쟁에서 보듯 그의 정치행보도 자신이 타파하겠다는 3김식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물론 이 총재는 전격 등원 선언 및 추가 공적자금 처리 협조 등에서 보듯 여러 고비에서 과거와 다른 유연성을 보여주는 ‘정치력’을 과시하기도 했지만 정국 쟁점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 방식은 그가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온 ‘3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부총재와 김덕룡 의원 등 이른바 신 비주류에 대한 포용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또 차기대선과정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짙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관계복원문제도 있다. 여기에다 지난달 24일 국회파행을 접는 무조건적인 등원선언과 추가공적자금 동의,새해예산안 처리 등 결단을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난 1인 독단형의 당 운영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어 이 총재가 풀어야 할 당내 현안도 적잖은 부담이다.


실제로 최근 한나라당내에 이 총재가 정국운영과 관련,당내 특정인사들에게 너무 의지한다는 이른바 ‘측근정치’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당 중진들은 “요즘 이 총재 주변의 핵심실세 ‘3인방’ 또는 ‘4인방’이 이 총재의 정치 스타일을 경직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총재가 ‘협량’이라는 그간의 비판을 의식,최근들어 ‘통 큰 정치’ ‘유연한 정치’ ‘광폭 정치’를 하겠다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나 서민들의 생활고가 묻어있는 민생현장 등을 찾는 발길이 올해 부쩍 늘어난 것도 이같은 당내외 비판을 의식한 이미지 변신용이라는 지적이다.

/ sm92@fnnews.com 서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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