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아시아 물류전쟁―한국의 도전]물류 ´빅뱅´…한·중·일·러 결합 세계경제 축으로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31 05:34

수정 2014.11.07 11:37


우리나라는 태평양 기간항로에서 아시아대륙과 유럽을 연결하는 관문에 자리해 동북아 물류거점구축에 최적 입지다.건설교통부는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과 세계 제2 경제대국 일본, 자원의 보고 러시아 사이에서 물류거점화 전략이 성공한다면 국가경제력을 한층 높일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방화시대의 물류거점화는 국가경쟁력과 기업의 자생력 확보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이후 국경을 초월한 총성없는 경제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물류비용 절감이 기업은 물론 국가의 국제경쟁력 확보의 필수요소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나아가 네덜란드처럼 국가에 새로운 부의 원천을 제공하기도 한다.

◇물류현주소=한반도는 동북아지역에서 천혜의 지경학적 입지를 갖추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그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이로인해 기업과 국가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류관련 시설, 운영, 제도 등의 측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20년 이상 격차가 있는 물류 후진국이라는 서글픈 오명을 가지고 있다.

지난 10여년 간 우리나라 총 물동량은 4배 가량 증가했으나 이를 처리해야 할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그나마 있는 시설도 노후화되고 비효율성이 많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의 도로혼잡구간은 지난 97년말 현재 4323㎞로 10년 전 262㎞ 비해 16.5배나 늘었고 주요간선철도도 이미 한계용량에 도달했다.철도여객수요는 지난 97년 연간 8억3300만명으로 10년전 5억1900만명에 비해 60.5%늘었으나 철도연장은 3118㎞로 10년전의 3113㎞보다 5㎞증가하는 데 그쳤다.이로인해 경부선은 지난 89년, 중앙선은 92년,전라선은 94년부터 열차추가투입이 어려운 한계용량을 넘어섰다.이에 따라 철도밀도는 독일의 25%,일본의 50%수준을 밑돌고 있다.항공수요도 10년 전에 비해 국내선과 국제선이 각각 5.1배,3.1배 늘어 김포·여수·포항·예천·속초 공항은 이미 한계용량을 초과, 항공기 추가투입이 어렵고 나머지 공항도 대부분 한계용량을 육박하고 있다.

항만은 화물수요량이 연평균 10%씩 증가하고 있으나 하역능력은 8.3%씩 증가에 머물러 12시간 이상씩 선박에서 기다리는 체선률이 지난 97년 기준 군산항 30.3%, 동해항 23.2%, 인천항 20.5%, 광양항 12.1%,울산항 8.5%,부산항 5.3% 등에 이르고 있어 서비스 낙후는 물론 물류비용증가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김수철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로인해 국민생활 불편은 물론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지난 97년 현재 교통혼잡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4.4%인 18조3730억원으로 지난 94년의 10조270억원보다 83.2%나 늘었고 물류비용도 69조5890억원으로 4년전보다 45.7% 증가했다.GDP에서 물류비용이 차지하는 비율도 94년 15.6%에서 97년 16 .5%로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GDP에 대한 물류비용의 비중은 선진국인 미국 10.5%, 일본이 9.5%수준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동북아 물류 성장 잠재력=경의선 철도 복원을 계기로 한반도가 동북아는 물론 유럽 등 세계속의 물류 중심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러시아는 부산항·광양항에서 한반도종단철도(경의선, 경원선)를 따라 러시아횡단철도(TSR)로 연결되는 황금노선을 잡기 위해 최근 철도부 차관단 일행이 건교부를 방문, 남·북과 러시아간 협력체 구성을 제시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중국도 한반도와 중국횡단철도(TCR) 연계하기 위한 접촉을 진행중이다.이들 국가는 일본과 오세아니아, 우리나라의 물동량을 자국은 물론 유럽지역까지 연결하는 황금노선 잡기에 군침을 삼키고 있다.

특히 아시아권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경제성장은 동북아는 물론 세계의 물류지도를 한꺼번에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중국의 경제력이 집중돼 있는 샹하이항 등 서해안의 항만들은 수심이 얕아 대형화물선 취항이 불가능하고 샹하이 이북의 톈진 등 항만은 기간항로에서 크게 벗어나 경제성도 크게 떨어진다.따라서 중국의 거대한 화물이 중국횡단철도(TSR)를 따라 우리나라 종단철도를 거쳐 부산항에서 환적, 일본이나 미주지역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동북아지역은 계속된 경제성장으로 지난 60년 이후 30여년동안 컨테이너 물동량이 유럽 및 북미지역의 역내 물동량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했고 90년 이후부터는 동북아 국가간 교역물동량이 연간 평균 30%씩 증가,북미 및 유럽지역의 연평균 교역증가율 20%보다 웃도는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차지하는 아시아지역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 96년 32%에서 오는 2006년에는 36%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일수 교통개발연구원 부원장은 “극동러시아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중국·북한의 풍부한 노동력,그 리고 남한의 질높은 산업기술, 일본의 자본력이 합세할 경우 엄청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어 설명 : 물류(物流)

물자의 흐름,물자의 장소적 이동을 의미한다.물류는 유통과 비슷한 개념으로 판매개념이 없다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물자의 수송?^보관?^하역?^포장과 물류정보화 및 표준화개념을 포괄하는 것이다. 물류라는 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물자를 계획적?^효율적으로 조달?^보급?^수송한다는 병참술에서 유래됐다.

기업측면에서 물류과정은 원자재나 부품을 생산공장으로 가지고 와 보관한 뒤 생산라인으로 운반해 제품을 만들고 운반에 편리하도록 포장해 다시 각지역 판매망으로 수송하고 판매망에서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과정이다.여기에는 반품되거나 사용된 제품을 버리는 과정도 포함된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80년대 말부터 기업의 관심사로 등장했지만 정부차원에서 물류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1년 말 ‘화물유통촉진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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