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황해경제권이 움직인다]韓中日 ´허브공항´ 선점 각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31 05:34

수정 2014.11.07 11:36


황해 경제권을 선점하기 위해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황해권의 전략적 요충지는 인천과 상하이. 이들의 최종 목표는 황해의 ‘하늘’과 ‘바다’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즉 허브(Hub) 공항 및 항만이다. 다시 말해 자전거 바퀴살이 모든 방향으로 뻗어나가듯 허브공항·항만을 중심으로 전세계 어디라도 진입할 수 있는 사통팔달 요충지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허브공항 쟁탈전=인천신공항이 개항을 불과 석달 남짓 남긴 가운데 중국, 일본이 경쟁적으로 초대형 공항 건설에 나서 황해권 허브공항 차지를 위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김포공항을 대신해 초대형 국제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이 올해 3월초 개항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건국이래 단일 지역에서 진행되는 최대 역사’ 등으로 불리며 진행돼 온 이 공항은 24시간 운영하는 해상공항으로, 단일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15만평의 여객터미널과 터미널 면적의 7.4%에 이르는 각종 편의시설을 마련했다. 또 출입국 간소화 등 공항서비스 증진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 추진 등 환승객의 편의를 위한 다각적인 설비와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 무역과 정보 레저활동을 위한 국제업무지역과 배후지원단지를 조성하는 등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한 복합기능의 국제공항도시가 구축될 예정이다.

지난 99년 10월에 문을 연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도 인천신공항에 견줄만한 규모로 중국이 21세기 아시아의 경제 중심 도시로 선언한 뒤 상하이의 새 관문으로 추진중인 야심작이다. 푸둥 신공항은 현재 활주로가 1개지만 오는 2010년까지 4개로 증설된다.

일본은 지난 94년 2010년까지 국제선 항공수요가 3배 가까이 증가하리라는 예측아래 ‘환일본해 경제권’ 건설을 기치로 허브공항 건설사업에 착수했다. 지난 94년 일본 오사카 간사이 공항을 개항한데 이어 이웃한 나고야에서 오는 2005년 1차 개항을 목표로 추부공항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처럼 황해권의 허브공항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뜨거워짐에 따라 오는 2010년에는 황해권의 국제선 항공수요가 전세계 수요의 50%에 육박할 것으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전망하고 있다.

◇허브항만 경쟁도 심화=황해권에서의 주요 항만은 한국의 인천항과 중국의 상하이항으로, 최근 중국의 대외무역 급증으로 상하이항의 발전 속도가 가속화 되면서 황해권 중심 자리를 놓고 두 항만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대형 선사들의 허브 앤드 스포크(Hub & Spoke·중심항구까지는 대형선을 이용하고 중심항에서 해당지역 항구까지는 소형선을 이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방법) 전략에 따라 운송화물이 인천항과 상하이항에 몰리면서 더욱 불꽃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황해권의 컨테이너 해상물동량은 오는 2020년에 1억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며 전세계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95년 13%에서 2020년 20%정도로 높아질 전망이다

우리나라 수도권의 관문인 인천항은 중국과 최단거리에 위치, 21세기에 세계 최대의 물류시장으로 발전할 중국과의 교역량이 지난 90년대부터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항만 체증의 가속화, 신항만 계획 난항 거듭, 증가하는 물동량을 처리할 시설 부족으로 국제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인천항 운영주체인 인천시는 항만물류산업을 우선 전략사업으로 선정하고 인천항에 관세자유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관세자유지역이 지정되면 글로벌 기업들이 대중국 물류기지로 인천항을 활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인천∼중국의 해상물동량 증가에 크게 기여, 국제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항만인 상하이항은 지난 90년대 이후 꾸준한 물량 증가세를 기록, 마침내 99년에는 421만TEU를 처리해 세계 7대 항만으로 자리잡는 등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0년 실적은 6위가 예상된다.

중국 전체 화물의 30%를 처리하는 상하이항은 상하이시와 연대해 신항만건설, 기존 항만의 정비 및 항로개선, 시내 물류체계 개선을 꾸준히 시행해 오고 있다. 이미 외형적으로는 홍콩, 싱가포르의 수준에 이르러 동북아 물류거점으로 발돋움했다. 철도?^고속도로?^항공망도 집중돼 있어 상하이의 물류거점 기능은 갈수록 발달할 전망이다.

루하이후 상하이항무국 국장은 “상하이항의 수심을 12.5m까지 높이기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준설작업을 계속할 것이며 항 남동쪽 30㎞ 떨어진 쟈오양샨과 다양샨부근의 섬에 연육교를 이용한 대단위 컨테이너터미널 건설을 계획중에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과제=인천공항은 단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우선 핵심적인 사회간접자본임에도 불구하고 국비지원이 미약해 건설비의 약 60%를 차입에 의존한 결과 2001년 4000억원이 넘는 이자를 지불했다. 따라서 5000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고도 3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입주시설 임대료 및 항공기 이착륙료, 공항이용료 등 각종 요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고 이러다 보면 인천공항의 강점인 가격경쟁력에 애로가 발생하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접근시설과 배후지원시설의 부족이다. 육상접근로가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하나에 불과한데다 민자사업으로 추진되어 요금도 비싸다. 공항건설은 비교적 예정대로 진행되어왔지만 IMF 위기 등의 여파로 민간이 참여하는 주변지원시설 건설은 진척이 극히 더딘 상태다. 당장 배후단지에 종사자들이 거주할 주택도 거의 전무하고 대형호텔도 2003년께나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접근이 불편하고 그 주변에서 거주하거나 체류하기도 힘든 실정인 것이다.

인천항도 중심항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충분한 선석과 컨테이너 야드를 확보하는 동시에 배후 물류단지나 산업단지와의 연계 개발을 통해 화물의 가공·보관이 가능한 유통기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도 항만 운용이나 화물유통에 장애가 되는 각종 규제나 관행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고 화물유통과 관련한 정보 흐름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관련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이 시급하다.

/ msk@fnnews.com 민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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