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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남북경협 투자환경 개선에 달렸다

서지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31 05:34

수정 2014.11.07 11:36


지난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제반분야에서 활발한 교류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88년 우리 정부가 7·7선언을 통해 개방과 화해정책에 의한 남북교류협력시대를 천명하면서 북한과의 본격적인 교역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남북한간의 경제협력도 부단히 확대 발전해 왔다. 그러나 북한의 핵문제 등으로 남북대화가 중단되고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남북경협은 답보상태에 빠져들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남북한간의 화해협력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김대중 정부는 IMF 구제금융의 지원을 받는 등 초유의 경제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정경분리원칙’에 입각하여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여기에 어려운 경제적 여건 속에서도 민간기업의 적극적 참여가 뒷받침되면서 남북경협은 남북관계의 돌출적인 상황 변화에도 구애됨이 없이 예측가능하고 안정된 상황 아래서 진행될 수 있었다.


2000년 12월 현재까지를 기준으로 볼 때 남북한간의 반출입액은 지난 89년에 비해 무려 약 21배인 4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으로까지 성장했으며 지난 92년부터 시작된 위탁가공교역에 있어서도 96년부터 7000만달러 수준을 넘어섰으며 현재는 1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으로까지 증가하였다. 그리고 위탁가공의 주요품목도 과거에는 섬유류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전기전자제품·화학공업생산품·기계류 및 운반용 기계 등 다양한 부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밖에도 개별 기업차원에서는 현대 금강산 관광사업을 비롯해 평화자동차의 자동차 수리 및 조립사업, 녹십자 유로키나제 생산사업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해 해결돼야 할 최우선적 과제였던 투자보장·청산결제·이중과세 방지 및 분쟁해결 등 법·제도적 장치와 이번 달부터 남북경협과 관련한 당국간 협의창구인 양측 차관급을 대표로 하는 ‘남북경협추진위원회’를 구성·운영하기로 하는 것 등이 이번 제4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합의되었다. 이로써 그동안 임의적이고 비제도적인 단계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경협사업이 건실한 제도적 토대와 경협과 관련한 문제들을 당국간에 협의할 수 있는 협의창구를 마련함으로써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틀이 형성되었다는 점도 남북경협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과 법·제도적 틀이 마련되었다고 해서 남북경협의 활성화의 장애요인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북경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투자환경의 여건 확보와 개선에 있다. 교통·통신·에너지·원부자재 조달 등을 위한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의 확충은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할 부분이다. 기업인의 투자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윤의 창출에 있다. 이윤의 창출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한 같은 민족이라는 상징성만으로는 지속적인 투자를 유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제도적 여건을 바탕으로 진정 경제성의 원칙에 입각하여 남북경협도 이윤을 창출하는 새로운 영역의 하나가 됨으로써 대북 투자를 통해 성공하는 기업들이 나타나야할 때가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측 당국에서 SOC의 확충 및 관련 기업인들의 통행과 통신상의 편의 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제 당국간에 서명을 한 투자보장을 비롯한 제도적 장치가 서면상의 합의에 그치지 않고 건실한 제도로서 제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남북 당국은 후속조치 마련에 만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남북경협은 지난 ‘6·15 남북공동선언문’에서도 명시되었듯이 ‘민족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남북경협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지원이나 시혜의 차원에 머물게 될 때 지속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측면에서 남북한 화해협력의 토대를 다지고 민족의 경제를 균형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남북경협을 활성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며, 단기적으로는 경협의 장애물들을 하나 하나 제거하여 기업의 대북 투자 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 8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남북경협이 대내외적 환경 등 각종 제약요인이 산재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인 발전을 거듭했다는 점과 이와 함께 남북관계도 과거와 달리 대립의 구도가 아닌 상생의 관계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남북관계 발전의 연속선상에서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윤대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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