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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활로를 찾자-中의 우리기업]경영 大변신 경제 신대륙


미래학자는 새 천년의 경제패권을 미국이 아닌 중국이 거머쥘 것으로 예언했다. 이미 동남아는 물론 미주·유럽까지 '화교 경제'의 위력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아시아의 용(龍)으로 불리는 홍콩이 지난해 중국에 반환되면서 '대륙의 잠재력'은 머지않아 지구촌 경제를 강타할 전망이다. 세계경제 중심으로 떠오르는 중국의 상하이·톈진·칭다우·베이징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하는 한국기업을 찾았다. 한중 수교 8년을 넘어서면서 중국의 한국기업을 통해 '해외에서 배울 점'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만리장성을 넘는 '중국의 한국중기'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죽(竹)의 장막을 걷고 21세기 세계경제의 심장부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중국.

13억 인구와 러시아·캐나다에 이은 세계 3위 국토면적을 지닌 중국은 지구촌 최대 경제시장으로 떠올랐다. 국내총생산(GDP) 9100억달러,연평균 10%에 달하는 경제성장률이 보여주듯 중국의 경제규모는 ‘매머드급’이다. 인류 최대의 대역사(大役事)로 평가되는 만리장성을 쌓아올린 중국은 금세기에 또하나의 역사를 ‘경제’분야에서 쓰고 있다.

지난 92년 중국과 한국은 역사적인 한중수교를 맺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양국은 무엇보다 ‘경제수교’로서 열매를 맺고 있다. 한국의 대중투자는 약 57억1000만달러. 한국기업들은 대륙의 동북 3성과 발해만지역에 집중투자했다. 특히 한반도에 가장 가까운 산둥성 일대에 한국기업의 진출은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까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약 7000여 업체. 이중 60% 이상이 산둥성인 상하이,칭다우와 베이징·톈진에 있다.

중국대륙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저임금을 바탕으로한 생산원가 절감의 재미를 보지못하고 있다. 현지의 급속한 임금상승·원자재 가격 급등과 부가가치세 부과 등 돌출변수로 고전을 하고 있다.

이에따라 중국진출기업은 단순한 원가절감 효과에 의존하기보다 새로운 돌파구 마련으로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들은 ▲원자재 수입의 다변화를 통한 ‘글로벌 소싱’ 시도 ▲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장과 기술 맞바꾸기’전략 구사 ▲고가-중저가품의 2원적 생산전략 등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기업들의 ‘글로벌 각축장’이 된 중국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한국기업의 변신은 이렇게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변신은 현지 진출 중소기업에서 더욱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싼 중국 최대산맥인 ‘노산산맥’이 있는 산둥성 동부지역의 칭다우. 이 곳은 중국 해양방위의 요충지면서 해외무역 전초기지로 유명하다. 칭다우 도심에서 서북방향으로 10㎞쯤 가면 모습을 드러내는 칭다우 산업단지. 이 곳에 귀금속 받침대인 ‘주얼리 디스프레이’를 생산하는 한국기업 칭다우 대적덕유한공사가 있다. 지난 97년 칭다우에 진출한 이 회사는 ‘글로벌 소싱’을 시도,기업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핵심 원자재인 인조가죽을 한국에서 수입하다 인도·일본에서 수입하면서 품질고급화·원가절감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케이스다. 자금과 원자재까지 본국에서 공급받는 타 한국기업과 달리 해외지사에서 원자재를 직수입하는 글로벌 소싱전략을 구사,이 회사는 3배의 매출상승과 원가절감 효과를 거뒀다. ‘자재구매의 글로벌화’ 시도에 적극성을 띤 결과다. 중국내에 이 회사처럼 글로벌 소싱 전략을 구사,성공한 케이스는 미국의 나이키사를 비롯해 30여 업체에 달한다. 글로벌 소싱 전략은 ‘중국에서 배울만한’ 적합한 경영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기술 맞바꾸기’ 경영전략=삼면이 바다로 싸여 ‘사계절 안개도시’로 불리는 상하이. 도도히 흐르는 황포강을 중심으로 포동·포서지역으로 구분되는 이 곳은 아시아 최대 금융·무역도시다. 상하이 홍교공항에서 포서지역으로 50㎞ 거리에 위치한 포서 산업단지. 이 곳에는 중국 정부에 통신기술을 선사하고 통신시장을 ‘선물’로 받은 성공한 한국기업이 있다. 주인공은 상하이 선진텔레콤유한공사로 지난해 중국측에 디지털 교환기 생산에 관한 기술을 제공하고 통신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허용받았다. 아직 사회주의 체제로 통신시장 만큼은 쉽게 허용하지 않으려던 중국정부가 이 회사로부터 기술을 제공받자 선뜻 시장의 일부를 내준 것이다.

이처럼 ‘시장-기술 맞바꾸기’는 반도체·통신 등 첨단산업분야에서 주로 시도되는 전략으로 중국내에서 벨기에의 ‘벨 텔리폰사’를 비롯해 20여 기업이 시행하고 있다. 단순히 인건비 절감 등 원가절감에 호소하는 수많은 한국기업과 달리 시장-기술 맞바꾸기 전략을 구사한 이 회사의 경영모델은 본받을 만하다.

◇이원적 생산전략으로 매출 극대화=대륙의 북방지역에서 전자·반도체·기계·의약산업 등 4대산업이 가장 발달한 톈진. 중국의 ‘최대 금융 요람’으로도 통하는 이 곳에서 지난해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부도위기까지 갔던 한국의 한 중소기업이 ‘이원적 생산전략’으로 회생의 길을 찾으면서 현지 언론을 감동(?)시켰던 것이다. 금속가공업체인 톈진 성동금속유한공사가 화제의 주인공으로 이 회사는 이원적 생산전략으로 숨통을 연 케이스다. 본국에서는 고부가가치 고가품을,중국에서는 저부가가치 중저가품을 생산하는 것이 이원전략의 핵심골자다. 이 회사는 IMF체제로 본사가 있는 한국에서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바로 이원화 전략을 폈다. 미주·유럽 등 고급품 시장에는 본국 제조상품을 수출하고 동남아·중국 내수시장 등 중저가품시장은 천진 공장의 생산품을 공급하는 전략을 전개한 것이다.
이 결과 시장차별화가 성공하면서 부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처럼 이원적 생산전략을 구사하는 중국내 외국기업은 일본의 도시바사를 비롯해 30여 가전회사에 달하고 있다. 이 전략은 글로벌 마케팅을 위해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기업들이 연구할 만한 경영 모델이 되고 있다.

/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