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국내에도 슈퍼뱅크 나오나]자산규모 걸맞게 효율·수익성도 필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31 05:34

수정 2014.11.07 11:36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하면 지난 99년말 자산규모 기준으로 세계 78위 은행이 탄생한다.은행 관계자들은 60위권 은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두 은행의 최근 지표를 외국 은행의 99년말 기준과 비교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다.
동일시점에서 비교하면 양대 우량은행 두곳을 합쳐야 국내에서 70위권에 턱걸이하는 은행이 탄생한다.

또다른 우량은행 조합인 하나와 한미은행 합병으로는 128위 은행이 탄생한다.

국내은행들의 조합으로 50위 은행을 만들려면 국민·주택과 하나·한미 등 우량은행 뿐만 아니라 한빛은행을 합쳐야 된다. 그나마 이들 은행이 성공적 합병을 이루려면 노조 반발·대주주 이해관계 정리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씨티·뱅크오브아메리카·체이스맨해튼 등 세계 유수 은행들이 밤사이 합병을 통해 상위 10위권 판도를 바꿔놓는 일은 아직 국내 현실과 거리가 멀다.

은행이 합병을 통해 자산 규모가 커질 경우 일단 ‘성공적 합병을 통한 대형화’라는 이미제 제고 효과를 보게 된다.또한 인터넷뱅킹에 필요한 기술 투자여력 확보를 위해서도 대형화가 절실하다.인터넷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기술 발달에 따른 지속적인 투자여력을 확보해야 된다.

은행들이 몸집불리기에 매달리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 은행업이 공급과잉 상태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90년대 들어 이른바 후발은행들이 나타나면서 은행권의 과당경쟁이 극심해졌다.보수적이고 관료적이라는 은행권 분위기를 바꾸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으나 은행들의 제살깎기 금리 경쟁이라는 부작용도 초래했다.지난해 10월말 현재 국내 은행들의 예금?^대출 금리 차이는 적정 수준인 3.5∼4% 포인트에 크게 못미치는 2.38% 포인트다.

은행 합병을 통해 은행수가 줄다보면 금융과잉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그러나 이는 합병 이후의 점포망과 인력 감축을 수반하게 된다.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직원들이 합병반대 파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섣부른 합병을 추진하다 무산돼 신인도 하락과 직원 이탈 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독일의 도이체방크와 드레스드너은행간 합병 무산과 일본의 아사히·산와·도카이은행 합병 무산 등이 이런 경우다.이들 은행들은 합병이 무산된 후 고객과 직원 이탈 등의 후유증을 겪었다.

한국은행은 “은행간 합병을 추진할 경우 구체적 통합전략 수립과 관련 당사자들 간의 충분한 협의가 선행돼야 하며 다수 이해 당사자가 결부된 은행합병을 금융 당국의 주도로 추진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김병연 박사는 “자산순위 뿐만 아니라 자본금 규모나 시장가치를 가지고 은행의 규모를 평가해야 된다”며 은행 합병 과정에서 무조건적인 대형화만이 능사가 아님을 강조했다.

/ kschang@fnnews.com 장경순기자

fnSurvey